강기훈 "가혹행위 검사 책임 묻겠다" 항소
“신속한 권리 구제 고려” 이례적
문재인 정부 과거사 해결 의지 반영
잘못된 수사 사과표명할지 주목
강씨 측 “당시 검사 책임을”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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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른 강기훈(53)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이 재심 사건과 관련한 소송을 포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씨 측은 당시 가혹행위를 한 검사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강씨와 그 가족의 유서대필 관련 국가배상청구 사건에 대해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는 서울중앙지검은 항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존중하고,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 구제 등을 고려했다”며 항소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라 불리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1991년 7월 12일 고 김기설씨가 노태우 당시 정권을 규탄하며 분신 자살하자 검찰이 김씨 친구였던 대학생 강씨를 “김기설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구속 기소했던 사건이다. 강씨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이 확정됐다. 그러나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강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고, 대법원도 2015년 재심을 통해 강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강씨는 그 해 11월 국가와 당시 담당 검사 2명, 거짓으로 필적 감정을 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김형영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6일 “국가와 김씨가 강씨에게 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강씨 손을 들어줬다. 다만 강씨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고 지목한 검사 2명에게는 “불법성이 인정되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검찰이 이날 항소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재심 무죄 사건 당사자들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정부와 장기간 소송을 치르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재심 무죄 선고로 인한 유사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 국가는 적정하고 신중한 상소권을 행사해 신속한 피해 회복 및 인권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최근 “검찰이 그 동안 하지 않았던 과거사 반성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항소 포기를 넘어 잘못된 과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과 표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강씨 측은 공교롭게도 이날 항소장을 냈다. 송상교 변호사는 “국가의 잘못에 대한 1심 배상액이 적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당시 검사들의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이 시효 문제로 인정되지 않은 데 불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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