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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단독]인천 침수 사망 95세 치매노인 당시 상황 역추적해보니...폭우 늑장 대응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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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허리 물 찬 오전 9시24분 재난문자

오전9시28분 119신고, 오전 10시1분 도착

주민들 "빗물펌프장 작동 안해 화 키웠다"

인천시 "갑자기 많이 와 속수무책" 해명

중앙일보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에 시간당 110mm 가 내려 주택이 침수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모(95)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병원으로 후송 중 숨졌다. 사진은 물이 빠진 채 방치된 이씨 집안 내부.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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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사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24일 오전 8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침수피해 현장. 전날 오전 시간당 110mm가 내려 침수된 반지하 집을 바라보던 한 주민(70·여)의 말이다. 문제의 반지하 집은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이모(95)씨가 침수 피해로 숨진 곳이다. 당시 시각장애6급인 부인(84)이 윗층에 달려가 구조 노력을 했으나 안타깝게 숨졌다고 한다.

이씨는 5년 전부터 전세 2200만원에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사할 돈이 부족해 계속 거주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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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시간당 110mm가 내리면서 침수피해가 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인이 침수로 숨졌다. 사진은 전기안전공사 직원이해당 집의 전기점검에 나서는 모습.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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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지하 집을 비롯해 지난 23일 인천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주변 15개 주택 30여개 반지하 집에 물이 가득 찼다. 이씨 외에 인명피해는 없지만,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 대부분을 버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인천지역 전체 침수피해는 남동구 652건, 부평구 652건 등 모두 2345세대다. 이 중 80%가 반지하라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이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비가 워낙 많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재(人災)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119의 늑장 출동과 대응, 배수 펌프장의 미작동을 이유로 거론한다.

이씨의 윗집에 살던 최희현(50·여)씨는 “(숨진 이씨의 부인인 80대) 아래층 할머니가 오전 9시15분쯤 올라와 ‘집에 물이 찼다. 아들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오셨다”며 “남편이 곧바로 내려갔다가 물이 허리까지 차 다시 올라와 119에 신고하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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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시간당 110mm가 내려 침수피해를 입은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한 주민이 24일 오전 전날 침수된 높이를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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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남편이 다시 내려가 옆집 아저씨와 할아버지를 구하는 중인 오전 9시24분에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재난 안전문자가 왔다”며 “할아버지는 다행히 손이 조금씩 움직였던 것 같아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를 기다렸다”고 했다. 지하층 집에 물이 허리만큼 차 오른 뒤에야 재난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119의 늦은 출동도 인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119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1분이다. 최씨가 남편의 말을 듣고 119에 신고한 오전9시28분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이다.

최씨는 “당시 119 연결도 안됐고, 가까스로 119에 연결됐는데 상당히 늦게 도착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소방대원들의 출동사진과 통화기록, 재난문자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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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9시24분 국민안전처가 인천시민들에게 보낸 재난안전문자. [휴대전화 캡쳐]




주택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구월배수펌프장도 작동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주민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 강대식(74)씨는 “오전 9시쯤 물이 갑자기 불어 종아리에 찼을 때 배수펌프장에 가 봤더니 빨간색(미작동)이 들어와 있었다”며 “배수펌프장이 가동되지도 않았고 인기척도 없이 컴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 하수도시설관리기본계획에는 강수량이 시간당 30mm인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고, 50mm 이상인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어제(23일)의 비는 시간당 100m가 넘게 쏟아져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배수 펌프장의 경우 각 구청에서 관리하다보니 가동 시간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5년 장기계획에 따라 하수관거를 넓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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