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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검찰, 강기훈 ‘유서대필 누명 국가배상’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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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유서대필 사건’을 겪으며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54)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토록 한 법원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공안 사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조기에 인정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강씨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국가 등의 배상은 판결했지만 수사검사들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를 대신해 이번 사건 소송을 대행하는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원고 강씨 및 가족의 유서대필 관련 국가배상 청구 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은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는 지난 6일 강씨와 가족 등이 국가, 수사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문서감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전 국과수 감정인 김형영씨는 연대해 강씨에게 7억원(앞서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하면 5억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강씨 부인에게 1억원, 강씨의 두 형제에게 각각 1800여만원, 강씨의 두 자녀에게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멸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당시 수사를 했던 강신욱 전 대법관(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 신상규 변호사(주임검사) 등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는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돼 이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구제 등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 측 대리인단은 이날 항소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1심 법원이 강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상의 유서대필범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행위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무시했고, 검찰의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며 “유서대필자로 지목돼 고통을 겪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한 강씨 부모에 대해서도 2000만원이라는 턱없이 적은 위자료만 인정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는 1991년 5월 시민단체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3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5월 재심에서 “국과수의 필적 감정에 신빙성이 없다”며 강씨의 무죄를 판결했다.

<구교형·유희곤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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