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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꼭 지리산에서만 살아야 하나요" 새끼반달곰은 왜 수도산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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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상북도 김천의 수도산에서 초코파이와 주스를 뜯어먹다 발견돼 정부가 지리산에 재방사한 반달가슴곰이 다시 90km를 횡단해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4일 “수도산에서 붙잡혀 7월6일 지리산에 재방사된 반달가슴곰(KM-53)이 남원을 지나 함양, 거창을 거쳐 수도산으로 이동했다”면서 “오늘(24일) 트랩을 설치해 다시 포획해 문수리 자연적응훈련장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1월 지리산 자락의 훈련장에서 태어난 이 곰은 그해 10월 어미의 품을 떠나 방사됐다. 어미 역시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방사됐으나 부적응해 훈련장에 머물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하는 KM-53은 지난 6월 수도산에 나타나 초코파이 20개들이 한 상자와 팩음료를 뜯어먹다가 사람들에게 발견됐다. 정부는 곰을 포획해 ‘사람 기피’ 훈련을 다시 시켜 지난 6일 지리산에 풀어줬다. 그러나 지리산에 머문 기간은 1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곰은 약 닷새 동안 90km를 걸어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다.

KM-53은 영리하게 이동했다. 재방사하면서 부착한 발신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전-통영고속도로 다리 밑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 주변을 살피며 재빨리 강을 건넜고 광주-대구고속도로에 이르러서는 터널 위를 횡단했다. 수도산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당국은 ‘사치산 생태통로’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두 번째 이동에서는 이 통로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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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수도산에 나타나 초코파이 뜯어먹은 반달가슴곰의 정체는?

곰은 왜 굳이 또 수도산으로 갔을까. 당국은 곰의 습성과 수도산의 서식환경을 주요한 이유로 본다. 환경부 관계자는 “곰은 한번 다닌 동선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5~6년생 정도 되는 다 자란 곰은 자기 영역을 조성하지만 KM-53은 아직 청소년 쯤에 해당하는데다 건강하고 야생성이 있어,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 다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산은 뽕나무, 산딸기, 다래류, 버찌 등 열매 종류가 많고 곰이 잘 먹는 참나물과 취나물도 많다. 해발 1300미터가 넘는 산이라 산림상태도 양호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도산에 그대로 두면 안되나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4일 수도산에 꿀이나 먹이 따위를 넣은 포획용 덫을 설치했다. 수도산으로 옮겨간 이 곰을 다시 붙잡아 지리산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다. 하지만 곰에게 ‘스스로 선택한 보금자리를 허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KM-53이 다시 수도산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지리산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도 반달곰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면서 “KM-53의 포획과 회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반달곰을 지리산 울타리에 가두려는 시도는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일이라면서 “당국이 해야할 일은 지역사회, 주민, 등산객의 협조를 구해 반달곰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지자체 등과 협력해 올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달곰이 수도산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주고, ‘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지리산 이외 지역에선 주민들이 야생 곰과 공존할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곰을 방사하기 전에 훈련장에서는 먼저 사람을 피하도록 훈련을 시킨다. 곰들은 자기 영역 안에 사람이 들어오려 하면 나무를 툭툭 치며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 지리산 지역주민들과 등산객들에게는 곰의 습성과 활동방식, 안전수칙 등이 잘 홍보돼 있다. 곰들만이 사는 곳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현수막과 무인안내시스템으로도 안내한다. 하지만 수도산에서는 아직 이런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곰과 사람의 안전 모두를 위해” 지리산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국은 곰의 안전을 위해서도 지리산에 머물게 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곰을 해치는 올무 단속이 수도산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법 밀렵용 올무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수도산에서는 집중 관리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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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 자유롭고 싶다

그러면 언제쯤 반달가슴곰들에게 ‘거주지 이전제한’이 풀릴 수 있을까. 환경부가 생각하는 지리산의 ‘최소존속 개체수’ 목표는 50마리다. 이 정도는 돼야 자연 상태에서 반달곰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현재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KM-53을 빼면 46마리다. 방사와 적응에 치중해온 ‘반달곰 관리 전략’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목표를 넘어 적정수준인 70마리도 넘어서면 그 뒤에 백두대간을 비롯한 생태축을 따라 어느정도로 서식지를 확대해 관리할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풀어 복원사업을 추진한 것은 2001년부터다. 2004년부터 38마리를 차례로 풀어줬는데 그 중 12마리는 죽었고 7마리는 적응에 실패해 훈련장으로 다시 데려왔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에 성공한 19마리 중 일부가 새끼를 낳아 46마리가 지리산에 산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을 벗어난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지리산에서 15km, 7km 떨어진 경남 함양과 구례에서 발견된 이 곰들은 버찌 따위를 따먹고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외국에선 수컷 흑곰의 이동거리가 80km까지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연은 늘 인간의 계산과 예상을 넘어선다. 곰에게 자유를 허하면서도 인간과 안전하게 공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KM-53은 알려주고 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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