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피하려 골목길 들어갔다 보행자 치고 택시 들이받고...40대 운전자 구속

만취 상태에서 보행자를 치고 도주하다가 또다시 택시를 들이받은 40대 운전자가 구속됐다. 이 운전자는 블랙박스 영상까지 지워가며 뺑소니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에 사고 장면이 그대로 담겨 결국 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골목길에서 남모씨(34·여)를 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으로 승용차 운전자 ㄱ씨(40)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호프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오전 5시쯤 집에 가려고 운전대를 잡았다. 음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로 골목길로 차를 몰던 ㄱ씨는 길을 잃고 같은 곳을 세 바퀴째 돌다가 앞서 걸어가던 남씨를 치고 말았다. 남씨는 이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쓰러진 남씨를 그대로 두고 달아난 ㄱ씨는 3km쯤 가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또다시 들이받았다. 택시 기사 박모씨(60)는 이 사고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 0.216%의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택시 기사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은 숨겼다. 그러나 뺑소니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사고 현장 주변 CCTV 23대에 찍힌 영상을 분석해 ㄱ씨 차량을 찾아내 결국 덜미를 잡혔다.

ㄱ씨는 사고 발생 열흘 뒤 경찰로부터 ‘뺑소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자 사고 장면이 저장된 블랙박스 파일을 지우고 “고장으로 작동이 안 된다”고 거짓말했지만 CCTV 영상을 보고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를 낸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망을 치면 뺑소니 죄가 무겁게 추가돼 곤욕을 치르게 된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정차해 반드시 환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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