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사회정책에서 우려되는 점
핵심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
5월 2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일일보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부채주도 성장, 낙수효과에만 기댄 성장, 낡은 성장전략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만 가속시킬 뿐이라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늘어난 가계소득을 통해 소비를 증대시키고, 내수 확대로 견실한 성장을 이루어 내는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의 방법으로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golden triangle)''을 제시하였다. 성장정책, 고용정책, 복지정책이 각각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가계소득을 증대시켜 '성장-고용-복지'가 동일체를 이루어 추진되어야하며, 경제성장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자원부 등의 경제부처와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 복지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삼각편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이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을 제안하는 케인즈주의자들(New Keynesian)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노동의 실질임금 증대가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 첫째, 노동의 실질임금 증대는 총수요를 증대시킴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임금 상승의 소비 증가 효과가 투자 감소 효과보다 크다면 총수요가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둘째, 임금의 상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임금상승은 노동을 대체하는 설비투자를 유인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뿐 아니라 노동절약적인 기술진보를 유발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 상승은 근로의욕을 높여 협력적 노사관계를 촉진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은 노동소득이나 가계소득의 증가가 내수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노동기구(ILO)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국제기구의 전문가들 또한 세계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주도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임금의 억제가 기업의 투자를 늘려 결국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윤주도 성장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융이 주도하는 작금의 경제제체에서 이윤주도 성장 전략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을 통한 소득 불평등의 심화, 가계의 소비지출 억제에 따른 내수 시장의 위축, 금융부문에서 더 큰 이윤획득 기회를 갖게 된 기업들의 실물 투자 억제를 낳았고, 이는 정부 세수의 감소, 신규 투자의 부재, 가계부채의 증가와 맞물려 성장 자체를 정체시켰다. 그러므로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과 가계의 소득과 소비역량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정부 시기동안 한국 역시 이윤주도 성장론에 기초하여 정책을 시행해왔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한다면 기업이 고용을 늘릴 것이고 그 고용이 가계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목적으로 법인세 인하, 정부의 기업 보조, 노동유연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증가하였으나 빈부격차가 커지고, 노동경쟁력은 악화됨으로써 이러한 성장론이 한국의 현실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 시기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것이 바로 케인즈주의자들과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임금주도 성장론의 한국 버전(Korean Version)인 소득주도 성장론인 것이다. 임금주도 성장론이 아니라 그것의 한국 버전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이 제안된 배경에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이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2016년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취업자의 25.5%가 자영자일 만큼 자영자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득의 한 구성요소일 뿐인 임금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총수요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가계 소비지출 증가를 위해서는 임금보다는 더 넓은 개념인 소득에 초점을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임금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론을 만들어 낸 배경이 된 것이다.
제 1전략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계의 소득이 늘기 위해선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일자리 확대와 실질임금 인상을 위한 비정규직 감축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일자리 확대를 두고 있다.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 날인 5월 11일 이루어진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가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고 5월 24일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했다는 점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일자리 공약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임기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우선 국민 안전과 치안, 복지 등의 분야에서 공무원 일자리를 5년 동안 17만4000개를 만든다고 약속하였고, 당장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공공기관 일자리는 더 많이 늘릴 것을 약속했다. 국공립 병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신규로 34만개 늘리고, 해당 부문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서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의 일자리 공약은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이전 정부까지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이었는데, 이를 52시간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 내용이다. 노동시간이 16시간 줄어드는 만큼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추가의 노동인력이 필요해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과 달리 사기업은 임금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임금감소 없는 단축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발주 사업 참여 우선권 부여 등 정부 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그러나 단축근무에 따른 노동력 감소부분을 기업에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덜 구체화되어 있다.
셋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차별 해소이다. 우선,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을 제정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고, 체불임금에 대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상시일자리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확대 지급하고, 비정규직을 과다 사용하는 대기업에는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채용하면 그 중 1명의 임금을 정부가 3년간 전액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넷째,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규제완화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민간 일자리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 빅데이터 관련 규제의 해소, 연대보증제 폐지, 신용대출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일자리 확대는 지난 정부들에서도 강조된 정책과제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주목되는 것은 첫 번째 공약에서 잘 드러나듯이 일자리 확대와 관련하여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강요하거나 의존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 하에 정부가 주도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 사회서비스 부문에 초점을 둔 공공 일자리 창출은 해당 부문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으며, 이를 통해 한국 복지체계가 가진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후기산업사회에서 성장해온 대표적인 일자리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는 전체 고용량의 6.7%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 15개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2.3%를, 미국은 13.1%를, 일본은 12.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는 확대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을 확보하는 것인데, '사회서비스공단'의 신설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사회서비스공단을 신설하여 보건복지시설을 직영하자는 것인데, 국공립 시설의 확충에 소요되는 예산은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고, 정부는 이 기금을 공공보건복지시설의 확충에 투자하고 늘어난 공공시설은 광역자치단체별로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직영한다는 것이다. 공단 직영시설에 채용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을 공단직원으로 직렬 배치하고 이들은 공단직원으로 지역별 순환근무, 내부 승진을 통해 근속기간을 늘리고 고용 및 임금안정을 도모한다면 일자리의 질을 확보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부문에 초점을 둔 공공 일자리 창출을 새 정부가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복지체계가 가진 문제점 때문이다. 현재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자의 절대다수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공급자이다. 그 결과, 이들 서비스에 대한 재원의 대부분이 정부 예산을 통해 충당됨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나의 예로 보육 서비스를 살펴보자. 보육 서비스의 확충은 지난 정부들에서 우선순위를 가지고 추진된 정책 분야이다. '무상보육'과 '누리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육 서비스에 대한 정부 예산을 대폭 확대하였지만, 민간 공급자의 영리추구 행위로 인해 예산 집행의 효과성은 떨어지고, 가계가 체감하는 보육비 지출의 수준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가계가 부담해야하는 추가 비용이 월 평균 8만 원 정도이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12.5만 원으로 상당히 높은 실정인 것이다. 사회서비스 부문의 공공 일자리 창출은 곧 공공 공급자의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과도하게 커진 민간 공급자의 수를 축소하는 효과를 가지게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가계의 추가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그래야만 사회 서비스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고, 복지체계가 가진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2전략은 생애맞춤형 소득지원
한국의 노동시장이 가진 특성 때문에 임금에 초점을 둔 성장 전략이 아니라 소득에 초점을 둔 성장 전략이 제시되었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확충을 통한 임금 확대와 함께 고려되고 있는 또 다른 소득 증대 방안은 생애맞춤형 소득지원 체계의 구축이다. 소득보장제도를 구성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보편적 사회수당 등은 개인과 가계가 생애주기에서 직면하게 되는 각종 사회위험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발전해왔다. 근로를 통해 획득하는 임금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사회임금(social wage)이라고도 말해지는 소득보장 급여는 근로를 통해 획득하는 임금은 아니지만, 가계의 소득과 소비역량을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다양한 소득보장제도를 이미 제도화하였지만, 급여의 수준이 높지 않을뿐더러 적용에서 제외되는 인구층의 규모도 적지 않은 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소득보장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완화함과 동시에 소득주도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개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각종 소득보장제도를 새로 도입하거나 고쳐나간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첫째,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을 도입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월 1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대상 연령과 지급액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둘째,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청년구직촉진수당'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약속했다. 18~34세의 청년들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9개월간 월 30만 원 이상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셋째,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노인들 중 소득수준이 하위 70%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급여액과 연계하여 월 20만원의 현금 급여를 제공하는 소득보장제도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행 기초연금의 두 가지 부분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그 하나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는 월 25만 원, 2021년부터는 월 3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을 일정 수준 이상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는 국민연금과의 연계방식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장애인연금을 고쳐서 급여액을 30만 원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다섯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격 기준을 고친다고 약속했다.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금까지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두 가지의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 생계급여를 비롯한 각종 급여를 제공해왔다, 즉, 절대빈곤층이라 할지라도 아들, 딸 등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우려되는 점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소득주도 성장의 방법으로 제시한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의 의미, 그 방법의 실행을 위해 경제성장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 복지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삼각편대' 구축이 의미하는 바가 이제는 좀 명확해 진 것 같다. 일자리 확대와 소득보장제도 확충을 통해 가계의 소득과 소비역량을 증대시켜서 성장을 이끈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이며, 관련한 정책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사이의 정책조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삼각편대'라는 것이다.
총론은 그럴 듯하다. 그러므로 제시한 것들이 정책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어 잘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핵심적 키워드로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재계에서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부정적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적인 정책수단인 임금 인상이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국과 같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소국 개방경제에서는 국제경쟁력 하락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투자 유인이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임금상승은 기업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 비중이 높은 현실 여건 속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은 이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재계의 비판은 상투적인 것으로 치부한다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들은 더 신중히 고려되었으면 싶다.
첫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여러 가정들이 한국사회에 맞는지의 문제다. 우선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가정은 주택소유를 위해 부채를 늘려온 가계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가계의 소득 증가가 주택소유에 대한 열망과 그와 관련한 가계 부채로 인해 소비의 증가로 선순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의 상승이 노동절약적인 설비투자와 기슬진보를 유발할 것이라는 가정은 선진국 추격형(catch-up) 생산체계를 구축해온 한국 산업계의 실정을 도외시한 것일 수도 있다.
둘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제 1전략으로 제시된 것, 즉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증가시키는 것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통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추진된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은 대체로 임시방편적인 것이었기에 정부재정 투입 일자리 사업들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이슈이다. 이를 탈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제 1전략으로 제시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역시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시도별 사회서비스공단의 신설 또한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그간 확장해온 민간공급자와의 마찰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셋째,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에 대한 우려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실행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개발국가(developmental state) 발전전략을 택한 나라에서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통합이 '성장과 분배의 균형'보다는 '선성장후분배'를 낳았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위상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위상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은 정치적 레토릭에 그칠 수도 있다. 복지 영역의 후퇴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싸움에 필요한 실탄의 문제다.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에는 필연적으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구조조정, 해고 등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노동유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호봉/승진 등으로 인해 지불해야할 임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세금으로 임금을 충당해야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소득 증대의 제 2전략인 생애맞춤형 소득지원 또한 막대한 재정 지출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서 재정 지출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다.
기자 : 홍경준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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