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조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년 5월 선거 등 내부 권력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사기가 꺾이면서 최고위급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5월 25일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사기가 낮은 상황이 이러한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현재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두 가지 날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날짜인 1월 20일에 러시아와 휴전 및 우크라이나에 공포된 계엄령이 해제될 것이며, 그에 따른 대선 날짜는 5월 25일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올해 5월 20일에 만료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쟁에 따른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취소한 상태다.
매체는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고 있고 실제 전쟁 중인 국가가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면서도 "선거를 위한 일부 준비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선거 본부가 동원되고 있으며 후보자 명단 작성 작업이 시작됐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젤렌스키의 유력한 경쟁자 측은 선거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대통령실의 거친 반응이 우려돼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내일 선거가 실시된다면 젤렌스키가 2019년에 거둔 압승을 되풀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 침공이 있은 지 약 3년이 지난 현재 젤렌스키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군사적 지도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매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자 현재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인 발레리 잘루즈니를 결선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잘루즈니 대사는 정치적 야망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출마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매체가 전했다.
매체는 "젤렌스키와 함께 일했던 한 익명의 소식통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가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번만 임기를 채우겠다는 원래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에서 9월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0%가 계엄령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10월 말 젤렌스키의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막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모든 자원이 전쟁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선거는 전쟁이 종식된 직후에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2기 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확정되면서 내부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더 동정적인 것으로 보이는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자리는 (새로운 정부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이 "불안해 했다"며 관리 중 한 명이 "매우 부정적인 국면"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의 제안이 차기 부통령인 J.D.밴스 당선인이 밝힌 아이디어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본질적으로 배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경우 50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대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러시아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종류에 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는 '평화계획'을 밝힌 바 있다.
▲ 7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차 유럽 정치 공동체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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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투입과 관련 "1만 명이 넘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대부분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텔 부대변인은 "러시아군은 북한 병사들에게 최전방 작전에서의 핵심 기술인 참호 정리를 포함한 무인기 및 기본 보병 작전 등을 훈련시켰다"며 "그러나 북한 군대를 활용한 러시아군의 작전은 북한군을 얼마나 잘 통합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상호운용성, 언어 장벽, 지휘 통제 문제, 의사소통 등의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동맹국과 파트너국가 및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안보 지원도 계속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 군대를 포함한 5만 명의 러시아 군대와 싸우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언급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 동부에 파견된 북한 군인이 1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릴 북대서양이사회(NAC)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전투 작전에 군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어떠한 대응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미국과 한국,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 평가에 따르면 북한군 최대 1만 2000명이 전쟁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병력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무부의 이날 브리핑에서는 북핵 문제도 제기됐다. 파텔 부대변인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 비핵화는 종결된 문제라고 발언했는데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비핵화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의 '주춧돌'(cornerstone)이다"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고 싶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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