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ㆍ佛 등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이달초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박모(27ㆍ여) 씨는 휴식다운 휴식을 갖고 싶어 유명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다. 박 씨는 편의상 휴대폰 로밍을 했지만 SNS 프로필엔 “로밍하지 않았다”며 ‘거짓광고’를 하고 출국했다. 진정한 휴가를 떠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박 씨는 “회사 내 부서별, 동기별 단톡방 등 회사 관련 톡방만 여러개인데 지난 휴가 때 SNS로 아무런 미안함없이 연락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며 “회사와 분리된 나만의 휴가 시간을 갖고 싶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열심히 일하고 정당하게 누리는 ‘휴가권리’인데 이렇게 거짓말까지 하고 떠나야 하는건지 착잡한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2. 직장인 이모(42) 씨는 휴가를 가도 휴대전화를 놓을 수 없다.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수시로 연락해오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꺼둔 채 잠시나마 회사와 떨어져 있고 싶지만 업무 특성상 긴급 업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씨는 “회사에선 휴가를 방해해서 미안하다면서 연락하니 짜증이 나도 참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급한 업무 처리인 경우도 있으니 휴가를 가도 휴대전화는 무조건 손에 쥐고 있다”며 푸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 가운데 업무와 관련된 연락으로 인해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직장인들의 불만 나오고 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최근 직장인 4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가철 꼴불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6%가 휴가기간 동안 업무 관련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휴가기간 동안 받은 전화는 평균 5.9통, 메일은 9건, 메신저는 66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응답자 37.8%는 “일단 연락 받은 후 휴가라며 양해를 구한다”고 답했고 27.6%는 “연락을 받은 즉시 업무를 처리한다”, 26.6%는 “바로 확인하지 않고 뒤늦게 다시 연락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연락을 받지 않고 그냥 무시한다”는 응답은 6.3%에 불과했다.
또 “직장 내 휴가를 방해하는 꼴불견 동료가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58.3%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업무 연락을 계속하는 동료”가 50.5%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본인은 바빠서 휴가를 못 가지만 너희는 가라며 빈정거리는 동료”가 22.5%로 그 뒤를 이었다. “휴가 후 많은 업무가 있다고 계속 강조하는 동료”가 11.7%, “휴가 후 상상하지도 못했던 양의 일더미 폭탄을 투하하는 동료”도 7.7%나 차지했다.
외국에선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근무시간 외에는 근로자가 회사와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올해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가 포함된 새 근로계약법을 도입했다. 신규 법규에 따르면 직원이 50명 이상인 사업장은 근무시간 외 이메일을 보내거나 받지않을 권리에 대해 직원들과 협상하고 이를 명시하도록 의무화 했다.
앞서 프랑스 원자력 기업 아레바나 독일의 다임러와 폴크스바겐 등 일부 대기업은 저녁이나 주말에 직원의 이메일 접속을 차단하거나 휴가기간 자동 전송 메일이 삭제되도록 하는 등 비슷한 조치를 시작한 바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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