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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폰 번호 바꿨더니 성인문자 폭탄… 번호가 불량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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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010 신규 번호' 소진

타인 쓰던 번호 재사용하면서 이전 사용자 문자 그대로 전송

서울 용산구에 사는 홍지석(45)씨는 지난 5월 20여 년간 쓰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개통 첫날부터 '○○에서 도박장이 열린다.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도박 권유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왔다. 험한 욕을 담은 빚 독촉 문자도 왔다. 견디다 못한 홍씨는 3주 만에 결국 번호를 바꾸기로 했다. 대리점에선 "전에 이 번호를 쓰던 사람이 도박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홍씨는 고객센터에 이전 개통 이력이 없는 번호를 찾아달라고 했지만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한 번도 쓰지 않은 번호를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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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으로 시작하는 신규 번호가 거의 소진되며 홍씨처럼 '불량 번호'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남이 쓰던 번호를 다시 쓰는 경우가 흔해지며 이전 사용자가 받았던 빚 독촉 전화, 스팸 문자 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에 할당된 010 번호 7392만개 중 5909만개(79.9%)가 개통돼 사용 중이다. 나머지 번호도 현재 사용되지 않을 뿐 개통 이력이 있는 번호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 번호는 해지 28일 후에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자는 늘어나는데 번호는 한정적이라 한 번도 쓰이지 않은 '클린 번호'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타인의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 3월 번호를 바꾼 황원규(27)씨는 "이전 사용자가 다녔던 학교 동아리 초대장부터 카드 결제 문자, 포인트 소멸 안내까지 꾸준히 왔다"고 했다. 황씨는 3개월 만에 번호 전 주인의 이름, 출신 학교, 주소, 나이대, 성별까지 알게 됐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번호 자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문회 미래부 사무관은 "범죄와 연루돼 재개통을 불허해야 하는 번호를 확대하고 해지 후 재개통까지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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