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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文캠프 브레인 "최저임금 올려 소득주도 성장? 새발의 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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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맡았던 주진형 "취지가 모호한 정책"]

"임금 5% 증대에 年30조 필요… 최저임금으론 10조도 못 늘려

대기업 노조 선무당 소리를 당론 채택해 여기까지 온 것 같아

1년 해보고 추가 인상 결정? '덜컥수' 둔 걸 이제야 깨달은 듯"

조선일보

주진형〈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 전 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을 한다고 해서 성장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새 발의 피'"라고 했다.

주 전 실장은 작년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 추천으로 영입돼 민주당 총선정책공약 부단장을 맡았고, 지난 대선 때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역임해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 마련에 관여해왔다. 정부 출범 초기엔 주요 금융 부처 수장에도 하마평이 올랐다. 미 세계은행(WB), 삼성증권 전략기획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한화증권 사장 등을 역임한 여권(與圈)의 대표적인 경제 브레인이다. 그런 그가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최저시급을 인상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에 현재 6470원인 최저시급을 753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주 전 실장은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취지가 모호하다"고 했다. 그는 "이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서 주요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예시에 불과하다"며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정책 수단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무슨 수로 경제 전체 임금 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임금 상승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생산을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다.

주 전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쪽에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통신요금 인하,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이 거론되긴 했다"며 "이를 다 한다고 해서 (경제) 성장이 되지 않는다. '새 발의 피'일 뿐"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몇천원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성장이 이뤄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당장 내년부터 성장률을 높여줄 것"이라고 한 것을 비판한 셈이다.

주 전 실장은 "(우리나라의) 피고용자 총보상(total compensation)이 약 650조원이다. 이 중 임금소득이 약 550조원이 될 텐데 이 중 5%만 증대시키려 해도 일년에 30조원을 올려야 한다"며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에게 1000원씩 더 주고 통신비 조금 내려봤자 10조원 근처에도 못 간다"고 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1만원을 퍼 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언제 나오나"라고도 했다.

주 전 실장은 이어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이면 이를 실시할 경우 예상 효과가 무엇인지 나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일은 벌어졌는데 이것을 실시하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 시나리오조차도 없다"고 했다.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인상 결정 다음 날 예상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다음 날인 16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 협의를 갖고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다양한 금융·세제 지원도 하겠다"고 했다. 주 전 실장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여야 당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1년간 정착 여부 본 뒤 추가 인상을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고 "자기들도 '덜컥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고도 했다.

주 전 실장은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할 기준을 무엇을 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최저임금을 얘기할 때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50%보다 더 많은가 아닌가를 우선 본다"며 "한국은 이미 거의 45%에 달한다. 조금만 올려도 금방 50%를 넘어버린다. (최저임금) 만원이면 중위소득 50%를 훨씬 넘어버린다"고 했다. 중위(中位) 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그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전체 소득을 가구 수로 나눈 평균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주 전 실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이) 작년에 있었던 총선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때는 누가 어떻게 만든 정책 공약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黨論)이라고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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