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인상 없다” 공언해왔는데
여당·청와대 증세 추진에 난감
재정전략회의서 4시간반 침묵
정책 엇박자 국민 신뢰 떨어뜨려
전문가 “부총리 위상 지켜줘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당발 증세 논의 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회의록에 한마디의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조문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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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을 놓고 다루는 회의에서 정작 재정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는 뒷전으로 물러난 모양새다. 더구나 ‘부자 증세’ 추진이 확정되면서 김 부총리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그동안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게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는 기재부에서도 엿보인다. 기재부는 다음달 초 발표할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면서 세율 인상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세론을 치고 나오고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를 ‘공식화’하면서 기재부는 그간 마련한 세법개정안의 틀을 다시 짜야 할 처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직후 “증세를 확정해야 하는 시기인데,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기재부에서 충분히 반영해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발 증세 논의 과정에서 장 실장은 논의 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회의록에 한마디의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조문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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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 20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행자부 장관은 “(19일 발표된) 5개년 계획에서 재원 조달 방안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장관끼리 내부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김 부총리의 기존 원칙을 반박하는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을 깎아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기획위가 두 달간 논의를 거쳐 향후 문재인 정부 정책의 청사진을 공식 발표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다른 얘기가 나오는 건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총리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총리와 국정기획위가 공식 발표한 사안을 여당이 곧바로 뒤집으면 정부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증세는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는 사안인 만큼 정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치되 정제된 내용을 외부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교수는 “경제부총리 제도가 있다는 건 그만큼 경제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경제부총리의 위상을 정부나 정치권이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허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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