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文정부 `부자 증세` 착수…대기업·고소득자 타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5년간 178조원이 들어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다음날인 20일 '고소득자·대기업 세율 인상'을 전격적으로 공식화했다. 당장 내년부터 법인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지금보다 3%포인트 높은 25% 법인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다. 5억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율도 현재 40%에서 42%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입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자"고 말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추 대표는 "이 조치는 일반기업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되 자금여력이 풍부하고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초우량기업에 대한 과세를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법인세 개편을 통해 2조9300억원이 추가로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추 대표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되어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작년 기준 4만6000명(이 중 근로소득자는 6000명)인 5억원 초과 소득자는 2년 연속 세율이 높아지게 된다. 작년까지 1억5000만원 초과 소득자만 38% 세율이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5억원 초과 소득자 과표구간이 신설돼 이들에게 40% 소득세율이 적용됐었다.

당초 정부는 내년 세법 개정안에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및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수준으로 담을 계획이었다. 민감한 세율 인상의 경우 앞으로 구성될 '조세재정특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면 2019년과 2020년 세법 개정안에 넣는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여당에서 '세율 인상' 카드를 꺼내든 만큼 다음달 초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갈지 주목된다.

윤영찬 수석은 "일부 국무위원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며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가 이날 제시한 증세안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어 향후 세법 개정을 위한 당정 협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과표구간 5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25%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또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었다.

다만 추 대표가 밝힌 법인세율 조정안에선 최고세율 25%를 적용하는 과표구간이 500억원 초과가 아닌 2000억원 초과여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공약보다는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상향 조정은 작년 민주당이 추진했던 소득세율 개정에서 한발 더 나갔다. 실제 지난해 말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벌일 당시 민주당은 과세표준 5억원 이상에 41%의 세율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했다. 추 대표는 이날 이보다 1%포인트 높은 42%의 세율 적용을 제안했다. 결국 대선 전과 비교할 때 법인세에 관해선 다소 완화된 입장인 반면, 소득세의 경우엔 보다 강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100대 국정과제에서 세율 인상을 언급하지 않은 문재인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당이 대신 총대를 멘 모양새다.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4선 의원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문재인정부 5개년 100대 과제를 보다 보니 무거운 짐이 주어졌구나 느꼈다"면서도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정부는 지출을 줄여 95조4000억원, 세입을 늘려 82조6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특히 세입 확충 가운데 자연증가분(초과세수)이 60조5000억원이라고 추산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비판이 나왔다. 지방 소득세와 법인세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김 장관도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자문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이미 당·정·청 사이에 고소득자, 고소득 법인에 대한 소득세나 법인세 세율 인상을 논의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이 재정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 재정이 이런 정부 역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정의 세 가지 역할을 강조했다. △일자리·민생·교육·문화 등 재정을 통한 정책효과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사람 중심의 재정' △서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중소기업 우선, 중앙과 지방의 격차 해소,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포용과 균형을 지향하는 재정' △사업계획의 수립, 예산편성, 사업집행, 평가와 환류 등 전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현실감 있는 정책과 운용을 하는 '참여와 투명의 재정운영' 등이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반드시 강도 높은 재정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며 "많은 예산사업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해 현재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세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