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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편의점 크래프트 맥주,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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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맥주전문가 류강하·이인호, 편맥족 정다은 시음

상큼·입맛 돋우는 신맛,구스312

독특한 상표로 눈길, 강서맥주

잡미없는 플래티넘 페일에일·국민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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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강하 디플롬 비어소믈리어 겸 브루마스터(왼쪽), 대학생 정다은(가운데), 이인호 크래프트 펍 파이루수 대표가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시음하고 있다.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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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에 1만원짜리 편의점 맥주가 ‘편맥족’이란 단어를 유행시킬 만큼 열풍을 끌고 있다. 국내산 라거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독일, 네덜란드, 타이 등 다양한 나라에서 만든 맥주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편맥 열풍에 맞춰 최근 대형 편의점 업계는 좀 더 개성있는 맛을 자랑하는 크래프트 비어의 판매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모든 점포에서 팔고 있진 않지만, 기존 대형 업체 맥주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사회·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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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 편의점 크래프트 비어 평가단이 모였다. 류강하 디플롬 비어소믈리어 겸 브루마스터, 이인호 크래프트 펍 파이루스 대표가 맥주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고, 평소 편맥을 사랑하는 편맥족 대학생 정다은(24·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씨가 일반 소비자를 대표했다.

평가 대상은 편의점 3대 업체인 씨유(CU), 지에스(GS)25, 세븐일레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 8종이다.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시음용 컵은 맥주마다 교체했다. 평가는 가벼운 화이트에일부터 향이 강한 아이피에이(IPA) 순으로 진행했다.

여름철 기분전환용 ‘화이트에일’

이정국 기자(이하 기자) 첫번째 크래프트 비어는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플래티넘 화이트에일’(3500원·알코올 도수 5.2%)이다. 세계 맥주대회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는 ‘플래티넘 맥주’의 윤정훈 브루마스터가 직접 양조를 총괄했다. 유럽의 밀맥주 방식을 도입한, 하얀 거품이 매력적인 크래프트 맥주다.

이인호(이하 이) 화이트에일의 전형적인 산뜻한 맛이다. 풍선껌 향도 난다.

정다은(이하 정) 싱거운 느낌이다. 평소에 먹던 맥주에 물 탄 맛?

류강하(이하 류) 무거운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화이트에일은 풍미가 진하면 잘못 만든 맥주다. 무더운 여름철 기분 전환을 위해서 마시는 맥주다.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다.

기자 다음은 지에스(GS)25에서 판매하는 구스아일랜드 ‘312휘트’(4700원·알코올 도수 4.2%)다. 오비맥주가 수입해 판다. 현재 시카고를 대표하는 밀맥주라고 한다.

(병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작년 12월 생산된 맥주다. 이 정도 기간이면 좋은 아로마(향)가 날아갔다고 봐야 한다.

오래된 맥주라는 걸 마셔보면 아나?

아로마라는 건 휘발성이다. 맥주의 원료인 홉은 시간이 흐르면 향이 사라진다. 특히 홉의 향을 강조한 맥주는 저장 기간이 길면 안 된다.

앞선 플래티넘 화이트에일처럼 여름에 산뜻하게 마실 만한 가벼운 맥주다. 샐러드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안주로 하면 어울릴 거 같다.

신선한 모차렐라 치즈와도 잘 어울릴 듯하다.

신맛이 강한 거 같다. 침이 고이는 느낌이다. 식욕을 돋우는 식전주로 좋을 거 같다.

이런 종류의 맥주에 오렌지를 슬라이스해 올리기도 한다. 연상되는 맥주 맛의 음식을 곁들이는 것이다.

기자 다음은 같은 구스아일랜드의 ‘홍커스 에일’(5200원·알코올 도수 4.3%)이다. 앞서 맛본 밀맥주와는 다른 페일에일맥주다. 영국 시골의 펍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맥주라고 한다.

깔끔한 맛인데 앞의 맥주보다 쓰게 느껴진다.

클래식한 영국 페일에일의 특성이다. 몰트(맥아)와 홉의 밸런스가 좋다. 지나치게 진중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맛이다. 펍 비어의 표본이라고 할까. 친구들과 대화하며 차 대신 마실 수 있는 맥주다.

몰트 향이 강조된 느낌이다. 캐러멜, 비스킷 향이 난다. 토스트 향 같은 구운 빵 냄새 종류다.

몰트 향이 강한 것은 구운 몰트를 쓰기 때문이다. 미국 쪽 에일은 상대적으로 과일 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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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판매중인 크래프트 비어.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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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성공으로 대중에게 파고든 ‘대동강’

기자 다음은 씨유에서 판매하는 이름도 독특한 ‘강서’ 맥주(3900원·알코올 도수 4.6%)다. 국내 생산 크래프트 비어의 맏형 격인 세븐브로이에서 생산한 크래프트 비어인데, 실제 강서구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아쉽다.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 생산된 지 두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전혀 신선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홉 비율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생산의 문제인지, 유통의 문제인지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유통의 문제라면 세븐브로이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흔히 먹는 라거 맥주는 살균처리가 되기 때문에 상온에서 어느 정도 보관해도 무방하지만, 크래프트 비어는 효모가 살아 있기 때문에 생산부터 유통까지 냉장 상태로 유통되는 ‘콜드체인’이 이뤄져야 하는데 실제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살짝 오래된 맥주 같은 느낌이다.

평소 즐겨 먹던 ‘대동강’ 맥주와 비슷한 맛이다. 그런데 맛이나 향이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삼키면 바로 사라진다. 강서맥주는 이름이 재밌어서 호기심이 생긴다. 젊은층이 좋아할 듯하다.

다른 향끼리 충돌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된장찌개 식당에서 오렌지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이질적인 향이 부딪치면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

기자 다음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유명한 ‘대동강’(5300원·알코올 도수 4.6%)이다. 역시 씨유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브루어리인 더부스가 덴마크 크래프트 비어 회사인 미켈러와 협업한 맥주다. 미켈러의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한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 등 마케팅에 성공한 맥주다.

밸런스가 좋다. 홉의 특성을 잘 살린 거 같다. 아로마도 잘 뽑아냈다.

워낙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맥주다. 무겁지 않아 마시기 편하다. 다양한 홉을 써서 아로마를 잘 만들어냈다.

피자, 해산물 등 웬만한 음식과 다 어울린다.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맞다. 무난한 맥주라서 대중을 파고든 거 같다.

펍 등을 가도 구비해둔 데가 많아 평소에 자주 마셨다. 그런데 음식점에서 잔에 따라주는 것보다 쓴맛이 덜한 거 같다.

쓴맛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홉에서 쓴맛이 나는 건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분해된다. 아마 식당에서 먹었던 것이 더 신선했을 것이다.

잔, 몸 상태, 주변 향에 따라 맥주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쌉쌀한 아이피에이는 닭강정과 찰떡 궁합

기자 다음은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플래티넘 페일에일’(3500원·알코올 도수 5%)이다. 앞선 화이트에일과 차이가 있나?

마신 것 중에 상태가 제일 양호하다.

페일에일치고 꽤 쓰다.

잡미도 없고, 시원하고 깔끔하다. 아로마가 좀 더 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잘 만든 맥주다. 만드는 데 고생했을 것 같다.

진하고 쓴맛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에 제일 향이 진하다.

쓴맛이 오래 남는다. 이렇게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좀 더 가벼웠어도 좋았을 거 같다. 하지만 높은 완성도인 것은 맞다.

맥주 초보자인 나는 너무 써서 사먹고 싶진 않다.

사회 다음은 씨유에서 파는 더부스의 ‘국민 아이피에이’(IPA)(5500원·알코올 도수 7%)다. 더부스의 미국 양조장에서 생산한다.

미국식 아이피에이의 특징을 잘 살렸다. 가벼운 몰트 향에 자몽이나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계열 향이 잘 살아 있다. (맛의) 스타일 완성도도 높고, 세련되게 잘 만들었다. 흠잡을 게 별로 없다.

다소 센 알코올 도수에 비해 알코올기가 안 느껴져서 좋다. 도수도 낮은데 알코올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맥주에 비해서 마시기 편하다. 과일 향도 좋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씁쓸하고, 시큼하다. 자몽 맛이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가 생각보다 높아 놀랐다.

보통 아이피에이 맥주는 6도 이상 된다고 보면 된다.

닭강정하고 어울릴 거 같다. 닭강정의 맵고 단 맛이 맥주의 쓴맛과 조화가 된다.

아이피에이는 인도 커리 같은 스파이시한 음식과의 매칭이 정석이다.

맥아·홉 조화 굿, 구스 아이피에이

기자 다음은 지에스25에서 판매중인 구스아일랜드 ‘구스 아이피에이’(5800원·알코올 도수 5.9%)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 페스티벌에서 여섯차례 메달을 받은 맥주라고 한다.

맥아와 홉이 조화를 이뤘다. 단맛이 있다.

국민 아이피에이와 비교했을 때 국민은 홉을 강조했고, 구스는 홉과 몰트 양쪽의 밸런스를 잘 잡은 거 같다. 국민이 윤기 나는 흰쌀밥이면, 구스는 구수한 잡곡밥 같은 느낌이다.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쓴맛이 거의 안 느껴진다. 약간의 달콤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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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기자 모든 맥주의 시음이 끝났다. 각자 총평을 해달라.

구스312가 좋았다. 상큼하고 신맛이 입맛을 돋우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음식과 함께 먹어보고 싶다. 플래티넘 화이트에일은 아쉬웠다. 너무 싱거워서 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도 구스312가 좋았다. 한잔 이상 먹을 수 있는 맥주다. 좋은 사람하고 만나서 먹기에 좋은 맥주다. 아쉬운 맥주는 강서맥주다. 양조장에서 갓 나온 맥주를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좋았던 것은 플래티넘 페일에일과 국민 아이피에이다. 둘 다 잡미가 없고 스타일 완성도가 좋았다. 강서맥주는 유통의 문제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수제 맥주(크래프트 맥주).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으로 생산한 맥주를 말한다. 만든 이의 장인정신과 비법·취향 등이 반영돼 양조장마다 맛·향기·도수가 다른 개성적인 맥주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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