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신당동서 만취한 채 폭행
앞니 3개 부러지고 상의 피범벅돼
1월에는 강남 한복판서 사망 사건까지
데이트폭력, 최근 2년 사이 급증 추세
가정폭력보다 제한 수단은 미흡해
길가에 주차해 둔 트럭 뒤에서 2~3분 동안 구타가 이어졌다. 목격자 B씨는 “남자가 발로 입 부분을 찼고 그 충격으로 피가 일행 중 1명의 상의에 튀었다. 여성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직후 손씨는 인근에 세워 둔 1t 트럭을 몰고 사건 현장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손씨가 트럭을 몰고 달아나자 시민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았다. 손씨가 트럭을 세워두고 택시로 갈아타자 시민들은 택시를 뒤쫓았다. 결국 손씨는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18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신당동 약수사거리 인근에서 손모씨가 여자친구 A씨를 구타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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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거나 연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일어난 데이트 폭력은 2014년에 비해 1000건 이상 증가한 7692건이었다. 지난해에도 8367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일어난 데이트 폭력사건 중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46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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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서울 강남 한복판(논현동)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30대 여성이 숨지는 일도 일어났다. 이 사건도 여성의 ‘이별 통보’가 발단이 됐다. “남자친구가 집에 무단 침입했다”는 이모(35)씨의 신고를 받고 인근에 있던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연인 간의 다툼이라고 판단한 경찰관이 현장을 떠난 뒤 이씨는 남자친구 강모(33)씨에게 30분 이상 폭행당했다. 그리고 나흘 뒤 숨졌다. ‘무책임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경찰은 “법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두 사람을 격리해 놓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112 신고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를 신설해 가해자에게 서면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24시간 운영 중이다. 이 전화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으로 긴급한 구조를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언제든 피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신고시스템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중처벌을 하거나 양형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특례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ㆍ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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