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위병의 우두머리 쑹빈빈(1947~2024)이 1966년 8월 18일 천안문 홍위병 집회에서 마오에게 붉은 완장을 채워주고 있다. 사진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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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대혁명(1966~76년) 당시 교사 구타 등 폭력을 주도했던 '홍위병'의 상징적인 인물인 쑹빈빈(宋彬彬)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77세. 그는 생전에 자신이 죽음으로 몰고 갔던 교사들에게 사죄했지만, 결국 유가족의 용서를 받진 못했다.
쑹빈빈은 신중국 혁명 원로이자 인민해방군 최초의 상장(上將)인 쑹런충(宋任窮, 1909~2005)의 딸이다. 대표적인 '홍이대(紅二代)'인 그는 문혁이 시작되던 해 19세였다. 그는 베이징사범대부속여중 학생으로 교사를 공격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처음 붙이며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이후 쑹은 천안문에서 진행된 마오쩌둥(毛澤東)의 홍위병 접견 행사(66년 8월 18일)에서 홍위병의 우두머리로 떠올랐다.
중국 홍위병의 우두머리 쑹빈빈(1947~2024). |
그는 이날 행사에서 천안문 성루에 올라 마오에게 '홍위병' 세 글자가 적힌 붉은색 완장을 채워줬다. 마오는 쑹에게 이름이 '논어'에 실린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의 "문질빈빈(文質彬彬)의 빈인가?"라고 물었다. 쑹이 "그렇다"고 답하자, 마오는 "무력이 필요하지 않나(要武嘛)"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쑹은 '야오우(要武)'로 이름을 바꿨다.
1966년 8월 19일자 인민일보 1면. 전날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100만 홍위병 접견 기사를 실었다. 마오의 왼팔에 찬 홍위병 완장을 걸어준 쑹빈빈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진 인민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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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8월 21일자 인민일보 2면.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100만 홍위병 접견 행사에서 마오에게 홍위병 완장을 채워진 쑹빈빈이 쑹야오우라는 필명으로 “마오주석의 책을 읽고, 마오주석의 말을 듣고, '무력'을 발양하라는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인민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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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안문 행사 직후 쑹야오우(宋要武) 명의로 관영지 광명일보(66년 8월 20일자)에 “내가 마오 주석에게 붉은 수장(袖章, 완장)을 헌상했다”는 제목의 글을 내보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튿날 2면에 같은 글을 실었다. 쑹은 "이날은 내가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며 "위대한 뜻의 이름을 얻었으며, 마오 주석은 우리에게 방향을 밝혀줬다. 우리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훗날 쑹은 자신이 관영지의 글을 쓰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부정했다. 또 교사 구타나 폭력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쑹은 다른 홍위병과 함께 모교를 찾았다. 교정의 볜중윈 교감 흉상에 머리 숙여 사과하면서 다시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공개 사과문에서 "문혁은 한바탕의 대재앙이었다"며 "한 나라가 어떤 미래로 나아가느냐는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과거의 비극과 과거의 잘못을 잊는다면 비극은 다시 재연될 수 있고, 잘못을 다시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볜 교감의 유가족은 쑹의 사과를 거부했다. 볜 교감의 남편인 왕징야오(王晶垚, 1921~2021) 전 중국과학원 역사 연구원은 "홍위병의 거짓 사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 2006년 3월 13일 베이징 저장빌딩에서 찍은 혁명 원로 2세대 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16일 숨진 쑹빈빈. 뒷줄에 당시 저장성 당서기이던 시진핑이 보인다. 사진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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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의 사망 소식을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18일까지 기사화하지 않고 있다. 홍콩 매체와 해외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서만 쑹의 사망이 조명되는 정도다. 단, 지난 17일 당 역사지인 '홍선(紅船)'의 SNS 계정이 유일하게 쑹빈빈의 부고를 실으며 "그는 숨진 뒤 어떤 형식의 추모 활동도 하지 말고 조용히 떠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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