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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최저임금 1만원] 3조원 투입하면 된다고? "여기저기 숨은 재정부담 수십조원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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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직원이 밖에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영세 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밑에서 일하는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3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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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부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정부 재정을 투입해 완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핵심은 지난 5년간 평균 인상률(연 7.4%)을 차감한 만큼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산한 비용은 2018년 기준 3조원. 일종의 임시 완충 장치라 재정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비용을 계산하면 정부의 직접 재정 투입만 수십조원이 들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조건 개선 정책이 최저임금 급등과 맞물리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여러 정책들이 ‘결합 효과’를 내면서 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이 통상적으로 하듯이 지난 몇 년간 추세를 기반으로 재정 조달 계획을 세웠다 낭패를 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기업·자영업자 대상 보조금만 3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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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기금이란 명칭으로 지급되는 영세 기업, 자영업자 대상 보조금부터 정부는 얼마나 필요한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급 대상, 기간,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사업체 규모가 30인 미만인 곳을 대상으로 5년간 평균 인상률(2013~2017년 평균 7.4%) 초과분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원칙만 확정된 상황이다.

2018년 고용안정기금 지출 예상액 3조원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 받는 근로자가 218만명”이라는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산출된 것에 불과하다. 1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이 방식을 영원히 가지고 갈 수 없지만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일시적 지급 원칙’을 꺼낼 정도로 일관된 계획도 없다.

청와대는 2020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9년 최저임금은 전해 대비 15.2% 오른 8678원 정도가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이렇게 오를 경우 보조금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연 7.4% 인상률을 적용한 가상의 임금 수준을 바탕으로 차액을 계산하면 근로자 1인당 보조금 지급액은 내년 243만원, 2019년 506만원, 2020년 810만원이 된다. 가상의 시간당 임금은 2018년 6949원, 2019년 7463원, 2020년 8016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고용안정기금 지출액은 2018년 3조원, 2019년 6조3000억원, 2020년 10조2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차액을 계속 보전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7.4%의 기준 인상률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향후 3개년도 동안 전액, 또는 첫 해 전액 지원 후 20%씩 지원금이 주는 5년 한시 지원을 한다고 더이상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총 지출액을 봤다. 두 경우 모두 임금 증가분의 300%를 전체 기간에 지급한다. 그 경우 2022년 전후 끝나는 보조금 지원 기간 동안 투입되는 재정은 총 30조7000억원이다.

◆ 사회서비스 근로자 임금 부담 연 5조 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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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위탁계약, 바우처(일종의 전용 쿠폰) 지급 등의 형태로 간접 고용하는 보육, 간병 등 사회서비스 근로자에 대한 급여도 껑충 뛸 가능성이 크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저임금의 간접 고용이 주를 이룬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사회복지부문 돌봄 관련 일자리의 질 저하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1년 현재 간병인의 월 평균 임금은 90만1000원, 육아도우미는 72만2000원, 보육교사는 119만7000원이다. 2008~2016년 보건 및 복지 분야에서 늘어난 101만명 가량의 일자리가 대부분 이런 저임금 일자리로 알려져 있다.

노인 돌보미, 장애인 활동보조인, 가사간병 방문돌보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등 바우처 방식으로 운영되는 주요 사업의 근로자 평균 시급은 7259원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가면 이들의 급여도 따라서 30% 가까이 올라가야 한다.

또 문재인 정부는 보육(29만명), 간병(33만명) 근로자 가운데 40%를 직접 고용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직접 고용이 될 경우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단순하게 향후 3년간 보육 및 간병 근로자 52만명의 급여가 최저임금 인상액 만큼 늘어나고, 이 인상분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2020년까지 해마다 1조5000억원~2조원씩 재정 지출이 늘어난다. 모두 합치면 5조2500억원에 달한다.

별도로 추진되는 공공부문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급여 인상도 최저임금 상승에 발맞춰 폭이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은 지역들은 실제 생계비를 반영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생활임금’ 기준을 마련해 운영한다. 2017년 현재 최저임금보다 19.4% 높은 시간당 7725.8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폭이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용역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시중노임단가(시간당 8330원)도 최저임금 인상에 발맞춰 올라갈 경우 재정 부담은 더 커진다.

◆ 중장년 대량 실업에 복지 비용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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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중장년과 노년층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숨은 비용’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저임금 근로자 가운데 57%는 45세 이상이고, 여성이 66%이며, 5명 중 3명은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형평가’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늘어나면 고용은 1.1% 정도 감소한다. 보고서가 사용한 평균적 고용탄력성(0.00057)을 적용하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감소하는 일자리는 13만9000개에 달한다. 향후 3년 간 이 정도 인상률이 계속 된다면 일자리 감소는 총 41만~42만개에 달한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 전망치인 36만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줄어드는 일자리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로 인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5년 수준(7.1%)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접적인 고용 감축 효과는 6만명 정도이고, 소득·소비 증대로 인한 고용 증가가 5만6000~6만4000명 정도라 전체 취업자 수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분석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경제 전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발되는 것이라, 고용 감축이 집중된 미숙련 저임금 일자리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지난 6월 미국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간당 9달러 47센트에서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올린 시애틀의 경우 미숙련 일자리만 집중적으로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사업장별, 임금 수준별 고용 변화를 미시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가령 식당의 경우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이들이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요식업 종사자 내 비율이 적어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중장년, 고령층 실업자에 대한 복지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한 복지 급여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각종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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