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 시대 '신중과 낙관 사이'

[美 훈풍에 장중 2422.27 사상 최고치, 종가도 2409.49로 첫 2400 돌파…2분기 실적시즌 주목 ]

코스피 지수가 13일 2400대 진입이라는 새 장을 열었다.

옵션만기일을 맞아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됐지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의회 증언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점진적 추진을 강조하는 ‘비둘기적’ 색채를 짙게 풍기자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것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또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전망(2.6%)보다 0.2%포인트 높인 2.8%로 제시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외국인은 이날 지수선물 시장에서 1만3492계약을 순매수했는데 외국인이 1만계약 넘게 순매수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옐런 발언에 2400선을 가뿐히 넘기며 개장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7.72포인트(0.74%) 오른 2409.49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422.27을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2분기 실적시즌 향방이 열쇠=시장에서는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한 14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초대비 18% 오른 코스피 지수의 상승 여력이 아직도 충분하다는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경계감이 형성되고 있고 기저효과 소멸로 상반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수출실적,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3분기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2분기 실적시즌 향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영업이익 14조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지만 2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하다.

코스피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2조5300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으로 3개월 전에 비해 약 8000억원 상향 조정됐지만 삼성전자 영업이익만 2조원 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IT(정보기술)를 제외한 코스피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연초 이후 1.9% 하락한 반면 IT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12.2% 상승했다”며 “IT 호실적보다 비IT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으나 PER(주가수익비율) 9.8배로 지난 10년간의 중간값과 비슷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도 1.1배로 2000년 이후 중간값을 소폭 웃도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기업의 수익이나 자산에 근거한 가치평가 방법 외에 주식시장 전체를 GDP(국내총생산)나 수출금액, 주택 또는 채권시장 등 다른 자산이나 지표와 비교해도 코스피의 과열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빠른 상승속도" vs "외인 차익실현 멀었다"=빠른 상승 속도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코스피 지수는 대통령 선거 이후 첫 개장일인 5월10일 장중 2300선을 돌파한 이후 두 달도 안 돼 2400대에 도달했다. 보통 코스피와 10개월 이동평균선 이격도가 10% 이상 벌어졌을 때 조정 흐름이 이어지는데 현재 이격도는 13% 정도다. 잠시 숨고르기에 나설 수 있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없지만 속도가 빠르다”며 “5월과 비교해 6월 한국 수출이 둔화되었다는 점, 연초 이후 8조8000억원을 순매도한 기관이 6월 이후에만 4조원 순매도를 집중했다는 점, 코스피 코스닥 양시장의 신용융자잔고가 역대 최대인 8조4000억원대로 대규모 물량출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지수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의 매수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은 올 상반기 9조1000억원을 순매수 했는데 이는 2009년 상반기 11조9831억원, 2004년 상반기 10조6398억원에 이어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상반기 8조원을 순매수한 후 하반기 주식을 더 산 경우는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하반기 20조4032억원 순매수 외 전무했다.

이에 대해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코스피 EPS(주당순이익)이 V자 곡선을 그렸는데 이는 현재도 같은 모습”이라며 “2009년3월부터 2011년4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52조원에 달했다는 점에서 현재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만 놓고 단순히 차익실현을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선옥 기자 oops@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