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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최저임금 1만원 … 정부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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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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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6] 최근 최저임금 1만원이 쟁점이다. 반대하는 측에선 최저시급이 현행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르면 상당수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이 줄도산하면서 고용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3년 안에 최저임금 1만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올해 10% 이상 최저임금 인상,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고수한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한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자장면과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문제를 저임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문제로 좁히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장면과 서비스로 대변되는 '저임금'에 기반한 '저물가' 구조를 바꿔서, 이들의 물건과 서비스 가격을 높이고, 이를 통해 매출을 늘려 영세사업자가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상은 편의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통계청 기준 2015년 가맹점주 A씨는 월평균 228만원을 번다. 그리고 A씨가 풀 타임 노동자 1명을 쓴다고 가정하자.

현행 최저임금(시급 6470원)을 적용하면 풀 타임 노동자는 월평균 135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월평균 209만원으로 약 74만원 늘어난다. 아무런 물가 변동 없이 매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A씨는 154만원을 버는데, 아르바이트생은 209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A씨 입장에서는 '죽 쑤어 개 주는' 꼴이 된다.

그런데 물가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매출이 일정 부분 올라가면서 A씨 역시 현행 228만원을 유지하거나 더 벌 수 있고, 아르바이트생도 월급이 200만원대로 올라간다. 다만 대다수 시민은 물건 가격이 비싸지는 만큼 실질 구매력이 낮아진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구분하면, 제조업은 나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시급이 1만원 이상으로 센 반면, 서비스업은 하부구조 맨 아래에 있는 아르바이트생과 중간 단계에 있는 가맹점주 모두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서비스업의 중간 및 하부 구조에 있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올리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제조업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현행 노동계가 고통 분담을 위해 자신의 고연봉 임금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이 같은 격차 해소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굉장히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도, 숙박·음식업 등 최저임금에 직결된 일부 업종은 물가가 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전체 소비자물가는 0.2~0.4% 올라간다. 최저임금이 54% 상승(1만원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물가는 최대 2%가량 상승하는 것이다. 이에 최근 물가상승률 흐름을 더하면 약 3~5%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률(10%대)이 물가상승률(3~5%)을 앞지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등 취약 근로계층의 실질임금은 상승한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물가상승률만큼 이들의 실질임금은 줄어든다. 그만큼 정규직·비정규직 혹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절반에 달하는 임금 격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소득 주도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자장면이 약 5000원인데, 이를 8000원까지 올리도록 수용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자영업자는 같은 양을 팔면 매출액이 1.6배 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 상승분(1.5배)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취약계층 역시 기존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시급이 오르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구매력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하는 논리도 많다.

우선 최저임금 미만 취약계층을 도와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중산층의 실질임금을 줄여서 오히려 매출 증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속도 조절"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론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너무 과격하면 오히려 매출과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 정규직이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 상승을 요구하면, 임금 격차는 그대로이거나 확대되면서 '노동비용'만 전반적으로 높여 해외로 공장 이전 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호주머니를 두껍게 만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들의 임금 상승분이 실제로 수요를 창출해 지속적으로 소비를 증대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까지 용인해 버리면 대기업 정규직이 그만큼 더 많은 노동 몫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부담이다. 일반 국민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물가가 들썩이면 이를 묵묵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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