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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 적용해선 안돼"… 첫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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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차례 패소 후 인천서 판결… 한전, 1만5000~450만원 돌려줘야

한전이 일반 가정에 적용해 온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6부(재판장 홍기찬)는 27일 김모씨 등 시민 869명이 누진제로 걷은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전은 더 걷은 전기료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1년치 전기료 중 한전이 누진제로 더 걷은 1만5000~450만원가량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가정용 전기료에 대한 누진제 적용은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 산업용 전기료에 비해 최고 8배까지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전이 누진제로 걷은 전기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에는 지난 2014년부터 약 9000명의 시민이 참여해 전국 12개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 대전지법 등 결론이 선고된 5차례의 1심 재판에선 한전이 모두 승소하고 시민들이 졌다. 5번 패한 끝에 첫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한전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들은 대부분 "정부의 전기요금 산정 기준 등에 대한 고시(告示)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할 경우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누진제 약관'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손을 들어준 인천지법은 누진제 약관이 고객에게 불리하게만 돼 있어서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필수공공재인 전기의 요금체계가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도입해 사용을 억제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산업용이 52%, 공공·상업용이 32%인 데 비해 가정용은 13%에 불과하고, 가정용 전기 판매량도 전체의 14%여서 절전 효과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재판 과정에서 "주택용 전기 사용자들의 70%가 총괄원가 이하의 요금을 내고 있어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총괄원가 자체가 이윤이 더해진 것이고, 한전은 정확한 산출 근거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곽상언(46) 변호사가 시민들을 모집해 시작했다. 곽 변호사는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징벌적 요금제'라는 점을 재판에서 강조했다"며 "앞으로 요금 반환을 청구하는 기간을 현재 1년에서 10년 전으로 넓혀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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