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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속보]대법원 윤리위, '사법부 블랙리스트 없다'는 진상조사위 결론 사실상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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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심의 결과 발표…이규진 서울고법 부장 징계청구 권고

제도 개선도 촉구…사법행정에 법관 의사 반영·법관윤리 담당 부서 강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불거진 법원 고위간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심의를 두 달 만에 끝내고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다만 윤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밝혔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윤리위는 27일 대법원을 통해 내놓은 심의 의견에서 “양 대법원장이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 청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고영한(62·11기) 대법관에 대해서는 주의 촉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 부장판사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양형위 상임위원으로 일하던 올해 초 임종헌(58·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지시를 받아 대법원장에 비판적 내용을 담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기 위해 연구회 간사에게 부당한 지시와 간섭을 했다.

이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사실상 지시를 받아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윤리위는 판단했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에 대해서도 “사법행정권의 적법하고 적정한 행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다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윤리위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도 권고했다.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 사법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사법행정권의 남용·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법관윤리 담당 부서의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계기로 발족한 전국법관대표자회의(법관회의)는 학술대회 축소·견제 회의에 참석한 법원행정처 실장 3명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실장회의는 각 실간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목적으로 정례화된 회의에 불과하고 의결기구가 아니다”라며 “실장들이 대응방안 등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직무상·신분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윤리위의 심의 결과를 검토한 뒤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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