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축구단 ‘글발’ 안방마님 김상미
PC 고장나 인터넷·잡지서 시 모아
아재 축구단 경기력 떨어져 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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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시인축구단 ‘글발’의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시인들. 왼쪽부터 신수현·김중식·김상미·박완호·서수찬 시인. 이날 글발팀은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팀들과 친선경기를 했다. [사진 김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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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대신 글발 활동은 열심이었다. 창단멤버인 그는 아무리 먼 데서 축구경기가 열려도 응원을 좀처럼 빼먹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거의 강화도 다 가서인 김포양곡중학교에서 열린 시합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는 들고 나도 갸날픈 목소리로 “글발, 파이팅!”을 외치는 김씨가 빠지면 그날은 어딘가 허전하다. 그래서 글발 안방마님이다.
여성시인의 시집에는 남성에 대한 애증이 뒤섞인 경우가 적지 않다. 강경한 페미니즘 시각으로 흐르기도 한다. 김씨의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를 비겁한 꼬리 자르기의 명수인 도마뱀에 비유한 작품이 있다(‘아무르장지도마뱀’). 하물며 남성 호르몬이 분출하는 축구 경기를,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구경만 하는 일을 자청하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축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스페인 축구 클럽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챙겨본단다. 다만 요즘 글발의 경기력은 실망스럽다. 1991년 창단돼 선수들이 나이가 들다 보니 플레이에서 예전의 열정을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시집은 전체적으로 발랄, 경쾌한 느낌이다. 글발 회원인 우대식 시인이 해설에서 “김상미 시인을 (아직도) 누나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녀의 중심에 아직 한 소녀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대로다. ‘기하학적 실수’ 같은 작품에서는 대담하게 사랑의 체위까지 거론한다.
하지만 그런 겉보기와 달리 속으로는 한참을 앓았던 모양이다. “한때 몸과 마음이 아파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했다. “아플 때 쓴 시들이 밝게 읽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도 했다. 역시 문학의 자양분은 고통과 눈물이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신준봉 기자 shin.juneb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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