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수리,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
30일까지 반딧불이 탐방 프로그램 운영
![]() |
제주 청수리 곶자왈의 밤을 밝히는 운문산 반딧불이를 카메라로 포착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30초로 두고 20장 연속으로 찍은 사진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합성했다. 강정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데, 올 6월들어 청수리는 제주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주말 저녁에는 서울 시내 출퇴근 시간을 방불케 할 만큼 교통체증이 빚어진다네요.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객이 마을회관 주변 길가에 차를 대놓는데, 그 주차 행렬이 1㎞ 이상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6월 16일에는 하루에만 2000명이 청수리에 몰려들었거든요. 청수리로 찾아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 여름밤을 수놓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 |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투어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여행객들. 강정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청수리 곶자왈은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만큼 숲이 우거진 곳이다. 축축한 낙엽이 깔려 있어 반딧불이의 먹이가 되는 달팽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양보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청수리 곶자왈은 청수리 주민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말과 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양보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수리 곶자왈은 마을주민 100여 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마을 공유지로 소나 말을 방목하던 장소였습니다.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놨었죠. 난대림연구소 연구원이 반딧불이 조사를 위해 가끔 드나드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아마추어 사진작가나 여행객이 알음알음 모여들었고, 마을 부녀회나 청년회 회원들이 숲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나가 2016년에는 운문산 반딧불이 시즌에 하루 1000명이 찾아오기도 했다네요.
![]() |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탐방 접수처. 양보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평소 출입이 제한되는 청수리 곶자왈 입구. 양보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청수리 고영국(54) 이장은 마을 주민과 상의한 끝에 올해 처음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하루 200명만 사전에 예약을 받아 반딧불이 탐방을 하기로 했죠. 5월 홈페이지에 반딧불이 탐방 예약을 공지하자마자 일주일이 안돼서 마감되고 말았답니다. 왜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냐는 항의도 빗발쳤고요.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서 마을 주민들은 잠시 농사일을 접고 손님맞이에 힘쓰기로 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마을 주민 20명이 서귀포시에서 문화해설사 교육도 받고, 곶자왈 안내자로 현장에 배치됐습니다.
소문으로만 접했던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를 보기 위해 21일 청수리 마을회관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오후 5시쯤이었는데 벌써 반딧불이 탐방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이 제법 보였습니다. 200명은 사전 예약, 200명은 현장 예약을 받아 탐방이 진행되는데 오후 7시 개시되는 현장 예약을 신청하려는 무리였죠.
특히 아이와 함께 찾아 온 가족여행객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도심은 물론이고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어졌으니, 반딧불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였겠죠.
![]() |
경북 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된 운문산 반딧불이. 5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운문산 반딧불이 성충을 관찰할 수 있다. 제주 한경면 청수리는 운문산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후 9시, 드디어 이장님을 따라 곶자왈로 들어섰습니다. 이장님은 야광 스티커를 얇게 붙인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었습니다. 인공조명이 하나도 없는 숲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불빛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을 달빛과 별빛에 의지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동행한 여행객이 숨을 죽이며 걷는 사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반짝반짝, 하늘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등장했습니다. 가로등이나 간판불빛이 훤한 도시에서는 절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약한 불빛이었지만, 곶자왈에서 반딧불이 불빛은 ‘섬광’이었습니다.
![]() |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카메라에 반딧불이 궤적이 담겼다. 30초 동안 노출해서 촬영한 사진이다. 강정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터널을 지나면 탐방 시작점으로 다시 되돌아나옵니다. 천천히 탐방로를 걸으며 반딧불이를 구경하기까지 1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올 여름을 놓치면 다시 한해를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장관이겠지요. 마을에서는 반딧불이 보호를 위해 하루 400명만 입장할 수 있게 인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400명 안에 들지 못하면 청수리에 찾아가도 발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식적’인 반딧불이 축제는 6월 30일까지지만 반딧불이 탐방은 8월에 재개됩니다. 늦반딧불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하늘에는 별이 뜨고 땅 위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마을, 청수리가 오래도록 생태관광지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청수리 자치회 064-773-1949. 입장료 1인 3000원. 자세한 여행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 관광 정보 사이트 비짓제주(visitjeju.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