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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탈리아 지방선거서 베를루스코니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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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노바 등 전통적 좌파 지역서 승리

내년 총선 앞두고 중도우파 부활 신호탄

이민자·경제문제가 유권자 자극한 듯



2011년 성추문으로 자신과 정당을 모두 위기에 빠뜨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5일 111개 지자체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투표 개표 결과, 현지시각 26일 새벽까지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와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 북부동맹 연합이 제노바, 베로나, 코모 등 16개 도시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전통적으로 좌파 성향이 강한 제노바에서 중도우파 시장이 당선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역시 좌파 성향이 강해 ‘이탈리아의 스탈린그라드’로 불리는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서도 중도우파 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탈리아의 느린 경기 회복과 아프리카 등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해 쌓인 불만이 중도우파에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지지자들이 지난 11일 1차 투표에서 오성운동이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선에서는 중도우파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성추문과 유로존 부채 위기로 총리직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몰락했던 중도우파는 이번 선거로 재기의 희망을 얻게 됐다. 반면 지난해 헌법 개정 투표 뒤 사임하고 최근 다시 당대표 자리에 오른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최근 포르차 이탈리아-북부동맹 연합, 오성운동, 집권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PD) 지지율은 각각 28%가량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중도우파 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선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북부동맹은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베를루스코니는 유로와 국내 통화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통화제를 주장하는 등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

사업가 출신으로 총리직에 세 번이나 오른 베를루스코니는 거듭된 성추문과 경제 위기로 201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에 대해 “예뻐서 좋다”고 발언하고, 24살 연상의 부인을 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예쁜 엄마랑 사는 잘생긴 청년”이라고 칭하는 등 여전히 분방한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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