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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2020년 우리 최저임금이 일본보다 높아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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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오는 27일 중앙최저임금심의회를 열고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오랜 불황을 겪은 일본은 만성적 저(低)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최저임금을 적극적으로 인상해왔다. 아베 취임 이후 4년간 일본 최저 시급은 70엔(23일 환율 기준·약 716원) 올랐다. 작년에는 사상 최대 폭인 25엔(256원)을 올렸다.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은 시간당 823엔(8423원)이다. 지역·산업별로 최저임금이 달라 제일 높은 도쿄 지역은 932엔(9538원)이다. 아베 정부는 매년 최저임금을 3%씩 올려 2023년까지 1000엔(1만234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중소·영세 기업에 충격이 간다며 과속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새 정부는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 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현재 논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부터 연평균 15.7%씩, 3년간 총 54.5%를 인상해야만 도달하는 금액이다. 노동계는 당장 1만원으로 올리라고 한다. 정부 방침대로 3년 만에 1만원으로 올리면 2020년에 우리 최저임금이 일본보다 높아지는 한·일 최저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도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은 일본보다 높다. 우리나라가 100이라고 한다면 일본이 89.6이다. 이처럼 국민소득을 감안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8위다. 만약 정부 목표대로 최저임금을 3년 만에 54.5% 올린다면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몇 배 높은 나라들보다 최저임금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최저임금은 높여가야겠지만 문제는 그 속도다. 정부 방안대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의 연간 인건비 부담이 81조5000억원 늘어나고 고용은 4.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제 파이를 키워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일본의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823엔이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난 덕분에 일손이 부족해 시간당 1000엔을 주고서라도 서로 사람을 쓰겠다는 기업과 점포가 많아졌다. 이렇게 가야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고 지속 가능하다. 우리가 지금 일본을 따라잡아야 하는 것은 규제 철폐와 기업 장려다. 정부가 억지로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국민들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게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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