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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국제중재 키운다]② 급부상한 싱가포르·홍콩..."정부 과감한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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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전통적인 강자인 국제중재시장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이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런던의 퀸메리 대학이 국제중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런던, 파리, 제네바와 함께 싱가포르와 홍콩이 선호하는 5대 중재지에 선정됐다. 최근 5년 간 가장 많이 발전한 중재지로도 싱가포르(24%)와 홍콩(22%)이 꼽혔다.

◆ 싱가포르 홍콩, 정부 지원으로 중재 산업 키워

조선비즈

맥스웰 체임버스(Maxwell Chambers) 센터 홈페이지 첫 화면./홈페이지 캡쳐



싱가포르는 2009년 정부 주도로 ‘원스톱(one-stop)’ 분쟁해결을 내건 맥스웰 체임버스(Maxwell Chambers) 센터(면적 3000㎡)를 설립했다. 이곳은 국제중재에 특화된 심리시설뿐 아니라 싱가포르 국제조정센터, 미국 중재협회 및 국제분쟁해결센터, 세계지적재산권협회 등 주요 국제 중재기관과 심리속기업체 등 부대서비스 제공업체들을 입주시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업들이 중재지를 영국, 미국 등으로 정했어도 심리는 다른 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중재기관들이 앞다퉈 편의성을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맥스웰 체임버스 개소 후 싱가포르국제중재원(SIAC)에서 진행되는 국제중재 심리가 종전 100건 미만에서 2010년 160건으로 증가한데 이어 2015년 기준 25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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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C국제 중재 층가 추이/중재법 및 중재진흥법 제정 공청회 자료



대형로펌의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소송하면 장소 대여비가 들지 않지만 1~2주 집중 심리를 해야 하는 중재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대부분 중재지에서 심리를 진행하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중재기관이 있으면 심리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을 수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데, 싱가포르에서 심리만 진행하다가 싱가포르를 중재지로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성공 비결은 ▲우호적인 국내법 체계와 법원 ▲중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재전문 심리 시설 ▲중재인과 중재 전문 변호사의 전문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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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홈페이지 첫 화면./홈페이지 캡처



홍콩정부는 사무실을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 사실상 무료로 제공해 HKIAC가 별도로 투자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HKIAC는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른 중재기관보다 저렴한 대관료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중재기관인 국제상업회의소(ICC)의 대형 중재실 1일 사용료는 2016년 7월 기준으로 300만원대인데 반해 HKIAC의 대형 중재실 1일 사용료는 2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홍콩은 설립 당시부터 저렴한 대관료로 인기가 좋았다”며 “HKIAC는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 다른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국제중재센터도 저렴한 대관료로 성과를 이룬 홍콩을 벤치마킹해 70만~100만원대에 대관을 하고 있지만 HKIAC는 ICC 수준의 시설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HKIAC는 1985년 홍콩 경제인들과 홍콩 정부의 지원으로 1300~1500㎡의 규모로 설립됐으며 7개의 심리실을 갖췄다. ICC는 800㎡규모로 10개의 심리실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009년 아시아 최초로 ICC 중재법원 아시아 지역 사무국을 유치했다. 당시 서울도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법률시장 개방, 정부지원, 영어문화권 등의 측면에서 홍콩에 밀렸다.

중국도 아낌없는 투자...중재진훙법 시행 주도권 잡는 계기로 만들어야

중국의 초기 중재는 중국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중재기구는 행정부문에 설치됐고, 중재인은 중국 정부 관련자로 임명됐다. 중국은 1994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제기준에 맞춘 중재법을 통과시켰고, 중앙정부 통제 아래 있던 중국국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와 중국해사중재위원회(CMAC)를 독립시켰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중재기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4월 상하이시는 세계 각국의 중재기관들을 대상으로 상하이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돌렸다. 중국정부와 상하이시는 국제중재센터를 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를 계획을 갖고 있다. 상하이시는 중국-아프리카 합작 중재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미국에 필적할 만큼 성장한 것도 중국의 중재제도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CIETAC의 경우 2015년 국제중재 처리건수가 437건(한국, 74건)에 이른다.

한종규 성균관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제중재산업의 국가 지원에 관한 연구’에서 “중국은 전통적으로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중재 등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체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고, 소송비용이 많이 드는 점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제 표준이나 외국에서 판정 결과를 수용하는 데 배타적인 문제는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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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국제중재위원회(SHIAC) 첫 화면./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한국이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과 국제중재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종규 연구원은 “한국은 물적 시설의 완비 등이 이뤄진다면 국제적 중재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면서 “홍콩, 중국과 같이 중재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중재인 육성 등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는 “한국은 우수한 법조 인력과 동북아 중심지로서 유리한 지정학적 입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 국제 중재 유치 능력이 떨어졌고 최근 중국도 국제 중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이번 중재진흥법 시행을 아시아 지역의 국제중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peace@chosunbiz.com);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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