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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지리산 야생곰은 80km밖 김천까지 어떻게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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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생태통로로 고속도로 지났나

이동거리 짧은 가야산 넘었나

“백두대간 서식지 확대 가능성”

시민단체 “민가 안전대책 필요”



한겨레

15일 경북 김천 수도산 정상부에서 포획된 반달곰이 마취주사를 맞고 이송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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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201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한 야생 반달가슴곰으로 확인됐다. 수도산은 지리산에서 80㎞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곰은 이 먼 거리를 어떻게 헤쳐갔을까?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 설치한 생태통로를 지나 덕유산을 거쳐 갔거나 바로 가야산을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곰이 3살 수컷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곰은 보통 1살 반이 되면 어미로부터 독립해 4살에 짝짓기를 한다. 3살이면 한창 왕성하게 성장할 때다. 게다가 수컷은 활동력이 매우 좋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호기심 많은 개체는 멀리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사치산 생태통로를 거쳐 수도산까지 갔을 것으로 본다. 이 생태통로는 지리산과 덕유산을 끊어놓은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와 743호 지방도로에서 야생동물의 로드킬이 잦자 생태축복원계획에 따라 지난해 완공됐다. 한 연구관은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전에도 곰이 건너간 적이 있다”며 “곰이 그쪽 길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가야산-수도산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동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은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 숲은 울창하지 않아 곰이 머물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보다 지리산 동쪽에서 가야산 쪽으로 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야생곰이 장거리 이동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나뉜다. 올해 지리산에 방사된 곰 47마리 중 김천으로 간 곰 말고는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단 지리산 일대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환경부는 이번 사례가 방사의 최종 목적인 ‘서식지 확대’의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민가에 대한 안전대책 때문이다. 서 위원은 “야생곰은 인간의 소음, 냄새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민가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리산에 방사한 야생곰은 사육곰과 같이 인간 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김정진 보건기술팀장은 “후속 조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곰은 지난 14일 김천 수도산 750m에서 공사작업 중인 인부의 간식 초콜릿 과자를 훔쳐먹고 도망가다 포획됐다. 당국은 곰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KM-53이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곰은 지리산에서 약 7일간 자연적응훈련을 받은 뒤 재방사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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