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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김천 반달곰 최소 80km 이동했지만 정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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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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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방사한 개체인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 반달곰이 10개여월 동안 최소 80km를 이동했는데도 정부는 어디 있는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야생성이 뛰어나 사람이 접근하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포획된 수컷 반달가슴곰의 유전자와 신체 외부 상태를 검사한 결과 2015년 출생한 뒤 그 해 10월27일 지리산에 방사한 KM-53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KM-53은 반달가슴곰에게 이름 대신 구분을 위해 붙여진 번호다.

KM-53은 지리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통과하고 덕유산국립공원을 거쳐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추측이다.

정부는 KM-53이 주로 산줄기를 따라 이동하면서 대표적인 단절구간인 도로는 폭이 좁은 지역의 경우 야간에 이동하고 고속도로는 교각 아래나 터널 위 지역을 이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야생동물 이동에 장애요인이었던 고속도로에 생태통로가 설치되면서 야생동물의 이동에 도움을 준 것”이라며 “단절된 서식지 연결을 통한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리산 북부의 불무장등 능선 일대에서 활동하던 KM-53의 위치추적장치가 지난해 9월 이후 작동을 멈추자, 헬기 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해왔지만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KM-53은 10여개월 후 김천 수도산에서 등산로 정비작업을 하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에게 발견됐다. 두 지역간 직선거리는 80km이나,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하면 두 배 가량 늘어날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복원 사업을 위해 지리산 일대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은 47마리다. 이 가운데 통상 배터리 교체주기인 2~3년 마다 위치추적이 단절되는 개체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갓 태어난 새끼는 위치추적기를 달 수 없고 배터리 교체주기에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개채도 일부 있다”면서 “그러나 방사된 대부분은 반경 15km이내에 활동하는 회귀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기 때문에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달가슴곰은 야생성이 뛰어나 사람과 갑자기 대면했을 경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선 이미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된다.

그러나 정부의 반달가슴곰에 대해 주의보를 내린 것은 지리산뿐이다.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수컷 흑곰의 분산 거리는 최대 80km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역시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15km 떨어진 경남 함양까지 이동한 사례가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80km 이동까지는 대비하지 못했다”라며 “서식지의 자연적 확대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방사지역 인근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향후 반달가슴곰 이동예상경로를 조사해 반달가슴곰 광역보호권역 설정·관리 등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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