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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설악 케이블카 환경부 심의 다시 받아야"...환경단체들, 감사 다시 청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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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원도 양양군이 천연보호구역 등 ‘5중 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오색지구~끝청 아래까지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적극 추진”을 지시하면서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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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승인’ 결정을 내렸던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재심의를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환경단체들이 감사원에 재차 공익감사 청구를 할 예정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케이블카반대설악주민대책위 등은 20일 “19일 공개된 감사결과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총사업비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받을 당시보다 127억원 늘어난 587억원임이 확인됐다”면서 “총사업비가 587억원이라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당시의 경제성 분석 틀을 적용했을 때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므로 이는 환경부 국립공원위 재심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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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이 설악산 끝청봉에 오르는 모습. 강원도 양양군은 오색구간(오색탐방로)~ 끝청봉까지의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케이블카반대설악주민대책위 등은 그러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감사원에 추가로 공익감사를 청구하거나, 이번에 나온 감사결과를 보완해달라는 재심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케이블카반대설악주민대책위 등이 지난해 12월 애초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취지는 양양군이 경제성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해소해달라는 것이었으나 감사원은 절차위반 등에만 초점을 맞춰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양양군이 행정자치부로부터 투자심사를 받기 전에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 8억여원을 지급한 사실,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설악산) 현상변경’ 허가를 받기 전에 설비구매 계약 후 선급금 24억여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향후 허가절차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중단될 경우 최대 36억2697만원의 손실초래가 우려된다면서 양양군수에 엄정주의 조처를 내릴 것을 행정자치부에 촉구하고, 용역설계·구매계약을 맺은 양양군 관계자 3명을 징계할 것을 군수에게 요구했다. 또 양양군이 절차를 위반하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보조금과 교부세를 지급한 행정자치부와 강원도에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사결과는 ‘절차위반’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환경단체들은 양양군의 ‘경제성 부풀리기’ 사안에 초점을 다시 맞추려는 것이다. 앞서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로 확인된 총사업비는 당시의 경제성 분석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19일 감사결과가 나오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국립공원위원회가 이 사업을 허가할 때 적용한 경제성 분석 시나리오에 587억원(감사원이 확인한 총사업비)을 대입했더니 결과값이 0.951가 나왔다. 결과값이 ‘1’ 이하면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 경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국립공원위 승인을 받을 당시 양양군이 보고한 총 사업비는 46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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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려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구간에는 산양 서식지가 있다. 지난해 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제동을 건 이유 중 하나도 ‘산양 서식지 위협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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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양양군이 처음부터 총사업비를 587억원으로 보고했다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때 제출해야 하는 사업타당성 분석 보고서는 반드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작성돼야 했다. 그러나 총사업비가 500원을 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마련해도 된다는 규정 때문에 양양군은 KDI를 거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양양군 측이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 분석 회피를 위해 2015년에는 500억원을 넘지 않는 선(460억원)에서 총사업비를 보고해 환경부 국립공원위 ‘승인’을 받고 이후 총사업비를 늘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은 “KDI를 통한 사업타당성 조사 회피 의도가 있었든 아니든 최초에 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의 재심의 요건은 충분히 충족된다고 본다”며 공익감사 재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이번 감사결과가 절차위반에 초점을 맞춰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징계가 미약하다는 점을 들어 이 대목에 대한 재심도 함께 요청할 계획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케이블카반대설악주민대책위는 “사업책임자에 대한 변상책임의 유무를 판정하지 않았고 투자심사과정의 부당위법행위에 대해 행자부장관에게 시정의 요구가 아닌 주의수준으로 촉구하였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이번 감사결과에서 행정자치부·강원도가 양양군이 절차를 무시하고 각종 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면서도 지원금과 교부세를 지원한 사실이 확인된 점에 의미를 두면서 무리한 추진을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등 ‘5중 보호구역’이 설정된 한국 국립공원의 ‘상징’이다. 환경단체들은 설악산이 ‘개발’ 논리로 파헤쳐진다면 다른 국립공원들도 보호가 ‘해제’되다시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산악철도·공항 등을 설치하려는 개발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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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2차심의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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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박근혜표’ 개발사업이었다.

환경부는 애초 2012·2013년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연이어 부결시킨 바 있다. 설악산이 갖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특별보호구역 파괴 우려와 산양서식지 위협 가능성 등이 높아서였다.

그러나 2014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적극 추진”을 지시하자 환경부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듬해 양양군이 계획을 다시 올리자 4개월만에 이 사업을 허가해줬다. 이후 양양군은 행정자치부의 투자심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등 절차를 밟기도 전에 실시설계 용역·설비구매 계약부터 하는 등 ‘속도내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다음해인 2016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5개월여의 심의 끝에 현상변경 거부 처분을 내렸고, 이 사업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퇴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위원회의 거부처분이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과를 내놓아 사업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15일 행정심판위원회는 이같은 결론를 낸 이유로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보존 측면에 치중한 점이 있고, 문화향유권 등의 활용적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재 보호’가 역할인 문화재위원회에 ‘활용’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한 셈이어서, 민간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은 행정심판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문화재위원 10명 중 3명이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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