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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폭염 현장] "이게 뭔 난리여…수박농사 30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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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마른 밭에선 수박·양파·고추 수확 '사투'

누적 강수량 평년 절반 수준…저수지 바닥 쩍쩍 갈라져

연합뉴스

폭염(PG)
[제작 조혜인]



(전국종합=연합뉴스)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전국이 타들어 가고 있다.

많은 저수지와 강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논밭에서는 농부들의 장탄식이 이어진다.

"이게 뭔 난린가 싶당게. 수박농사 30년 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여."

낮 기온이 33도에 육박한 20일 오후 전북 고창군 무장면의 한 수박밭.

주인 김모(55·여)씨는 뜨거운 태양 볕이 내리쬐는 4천960㎡의 너른 수박밭을 바라보며 장탄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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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마른 수박 줄기 바라보는 농민
(고창=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0일 오후 전북 고창군 무장면의 한 수박밭에서 농민이 말라 비튼 수박 줄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2017.6.20



계속된 폭염과 가뭄 탓에 줄기 사이에 듬성듬성 놓인 수박은 볼품없이 작았다. 제대로 자라지 못해 크기가 주먹만 한 것도 있었다. 잎은 바짝 쪼그라들었고 황갈색으로 누렇게 변한 잎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예년 같으면 6월 중순이면 제법 덩치 있는 수박들이 보였지만, 올해는 대부분 생육부진으로 출하 여부마저 불투명할 정도다.

김씨는 "하늘이 도와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도통 비가 내리질 않는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밭에 물을 대도 하늘에서 비 한번 내려주는 것만 못하다. 하늘만 믿고 있다간 다 죽게 생겼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고창군 상하면 갈산마을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박래수(68)씨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시로 지하수를 퍼 올려 뿌려줬는데도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며 "수확기를 놓치면 생과 품질이 떨어져 무더위에도 수확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어귀 갈라진 논에 있던 모는 20㎝ 크기로 자라 있었다. 딱 봐도 생육이 부진해 보였다.

모를 낸 지 한 달이 지났건만 모들은 자랄 줄을 몰랐다. 쩍쩍 갈라진 논 사이로 잡풀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밭들에서는 흙먼지만 날렸다.

충남 보령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김모(62)씨는 요즘 산비탈 고추밭에 물을 길어 나르는 게 일과다.

김씨는 "가뭄으로 고추가 자라지 않는다"며 "고춧잎이 말라 비틀어지는 것은 물론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고추가 크지 않고 그대로 익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가뭄으로 모가 말라죽으면서 2차 모내기를 준비하는 홍성 천수만 A지구 간척지 농민들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농민 이모(68)씨는 "혹독한 가뭄으로 모가 말라 죽으면서 모내기 마친 논을 갈아엎는 것도 속상한데 폭염까지 찾아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이달 말 모내기를 위해서는 빨리 못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폭염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현재 기상 상황을 보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66.5㎜로 평년(313.4㎜)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기는 수준인 데다 8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돼 피해 면적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북지역도 이달 초부터 본격화한 가뭄으로 도내 농경지 피해는 총 93㏊로 잠정 집계됐다.

논 작물이 73㏊, 밭작물이 20㏊로 주로 작물이 시들거나 죽은 것들이다. 피해가 신고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이미 1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바짝 탄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폭염 때문에 농민에겐 생수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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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폭염 탓에 수확량 감소한 양파
(무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0일 오후 전남 무안군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가뭄과 폭염 탓에 양파 수확량이 줄고, 양파 알이 작아지는 생육부진으로 겪고 있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2017.6.20



최근 전국 최대 양파 산지인 전남 무안에서는 양파를 선별·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농민 옆에는 2ℓ짜리 생수를 얼려 가득 담은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다.

일용 근로자는 보통 오전 5시∼5시 30분, 가족들만 영농에 참여하는 소규모 밭에서는 대체로 오전 6∼7시 일이 시작된다.

목포 인력소개소 등에서 근로자를 구하지만 대부분 70대, 젊어야 50∼60대여서 잔뜩 더운 날에는 아무래도 서로 건강이 신경 쓰인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일당은 비쌀 때는 12만∼13만원, 최근에는 10만원 안팎으로 농민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만, 일손 부족을 고려하면 치러야 할 비용이다.

무안군 몽탄면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김덕형(58)씨는 "덥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얼음물을 끼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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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폭염…농민 울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 토요일인 24일 오후 서울과 경기, 충청, 제주 지역에 비가 올 것으로 보이며 25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수량은 해갈에 크게 미흡한 4∼19㎜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임채두 최영수 한종구 홍인철 손상원 박철홍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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