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No 열정페이' 작가 김보통의 '보통의 구인광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일 하게 해줄게. 일도 가르쳐 줄게. 대신 근무조건은 따지지마라” ‘열정페이’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청년들의 노동을 헐값에 부리는 모습은 디자이너나 만화가 지망생, 방송 작가 등의 직군에서 만연해 있습니다. 이런 ‘열정페이’를 막을만한 구인광고가 나왔습니다.

경향신문

/김보통 작가의 트위터 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 구인광고는 “일이 너무 많은데 추가 근무 시간이 자꾸 늘어나 기존 어시스턴트님들이 삶의 질이 형편 없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람을 뽑는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근무시간과 추가 근무시 수당에 대해 명시돼 있습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상여금, 휴가비에 대한 규정도 있습니다. 성별과 나이, 학력에 대한 규정은 없고, 지원자의 사진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구인광고는 지난해 ‘아만자’ ‘DP’를 만든 웹툰작가 김보통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것입니다. 반년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이 광고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6월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일러스트 작가 79%가 불공정 계약 조건을 강요 당했습니다. 일러스트 작가 36%, 만화·웹툰 작가 30%가 욕설과 사적 업무지시, 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 ▶웹툰 월 1억 매출에 작가는 400만원)

유명 패션 디자이너 밑에서 월 50만원씩 받는 조건으로 일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 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월 50만원 박봉마저 체불한 유명 디자이너)

‘열정페이’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이상봉 디자이너 열정페이 사과는 무엇이었냐!”)

경향신문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포스터


위 구인광고가 멋져 보이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김 작가는 2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웹툰 작가의 처우가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작가 밑에서 일하는)어시스턴트의 처우는 더욱 불공평하다”며 “급여·근무시간 등 노동 조건을 명시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작가의 바람대로, 저 작은 구인광고가 ‘일 가르쳐 줄게. 데뷔 시켜줄게’라는 명분으로 청년들의 땀을 이용하는 모습이 사라지길 바라봅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