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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타뉴스][오래전‘이날’]6월20일 “충분한 공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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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7년 6월20일“충분한 공포가 없다”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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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중국 파룬궁 수련생 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2000년 중국을 탈출해 한국에 온 뒤 난민 신청을 한 이들 부부는 2년7개월의 심사 끝에 난민 신청이 불허되자,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지리한 행정소송을 벌이는 중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으로 되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감금당하거나 고문당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이대로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며 난민 인정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 법무부는 “난민 협약 1조에 근거, 기존에 해당국에서 명백한 박해를 받았을 때, 또는 앞으로 받을 것이 확실한 사람만 난민으로 인정된다”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공포가 없다”며 난민 인정을 불허했습니다. 과연 이 파룬궁 수련자 부부에게는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공포”가 없었을까요?

파룬궁, 중장년 층이라면 들어보셨을 겁니다. 1990년대 말부터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탄압 문제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었죠. 파룬궁, 한국식 발음으로는 ‘법륜공’인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불가와 도가 사상이 접목된 일종의 기공 수련법이라고 합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이 파룬궁 수련에 대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며 호의적인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파룬궁을 체제를 위협하는 사교 집단으로 규정하는데요. 1997년 당시 장쩌민 주석 체제 하에서 파룬궁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는 파룬궁 수련자 수가 당시 공산당원 수보다 많아질 정도로 인기가 치솟자 중국 공산당이 위협을 느끼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경향신문

2001년 홍콩의 한 파룬궁 회원이 베이징에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아들 석방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탄압이 본격화되면서 당시 수련자들은 수련 포기를 강요당하며 모진 고문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파룬궁 정보센터’ 라는 사이트에는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만 최소 7~8000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100가지에 달하는 종류의 고문에 시달렸으며, 이 과정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4000여 명이 넘는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를 적출했다는 의혹도 있다는 겁니다. 2006년 캐나다의 전직 관리와 국제인권변호사가 피해자들과 관련자들을 인터뷰 해 이에 대한 보고서를 펴냈는데요.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를 적출해 매매를 했으며, ‘장기의 신선도’를 위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를 적출한 정황도 있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지구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사악한 행위”라 규정했습니다. 또 2016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파룬궁 수련자 등 양심수에 대한 강제 장기적출’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국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감안할 때 당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던 파룬궁 수련자 부부들에게 정말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공포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들 부부는 “불법 감금과 고문, 살해와 강제 장기 적출이라는 위협 때문에 더이상 중국에 머물 수 없었다”며 관련 내용이 사실임을 주장했던 것으로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법무부가 난민 신청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이들 부부는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대한민국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한국이 정치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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