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첫 '중국 특화 국제高' 문도 못열고 폐교 위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 개교 예정 대구 국제고

예산 362억 중 정부지원 215억… 국제고·외고 폐지 공약에 '흔들'

대구교육청 "중국 관계 중요한데 이런 학교 하나쯤은 있어야"

"개교를 목전에 두고 폐지 소식부터 들리니…. 허탈한 노릇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대구시 북구 국우동 대구국제고 부지. 부지를 한 바퀴 둘러보던 대구교육청 '국제고 개교지원 태스크포스(TF)' 장태성 장학사가 한숨을 쉬었다. 대구교육청은 이 부지에 18학급, 360명 학생 규모 국제고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설계 공모 진행 중으로 당장 다음 달부터 토지 정리 작업에 들어간다.

◇첫 삽 뜨기도 전에 폐지 위기

대구 국제고의 개교 예정일은 2019년 3월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중국 특화 국제고'로 2015년 설립 허가를 받았다. 현재 전국에는 7개 국제고가 있는데, 이들과는 달리 중국어 중심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전체 설립 예산 362억원 가운데 215억원은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교육청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원받은 국가 예산 일부는 설계 시공 등으로 이미 지출했다.

조선일보

국제고 첫 삽도 뜨기 전에… ‐ 지난 16일 대구시교육청 관계자가 2019년 대구국제고가 들어설 예정인 대구 국우동 옛 대구예담학교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구국제고는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김종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 국제고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폐지 소식이 나오고 있다.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공약은 실현되는 분위기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토론회 등에서 "외고나 국제고는 '대학 입시고'로 전락한 경우가 많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고·외고·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학원처럼 변질했다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있는 서울·경기교육청도 국제고·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제고의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할 경우, 대구 국제고는 개교하기 어려워진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착착 개교 준비를 해왔는데 정권 교체 이후 진퇴양난 처지에 몰렸다"며 "예산도 예산이지만 국제고 개교 시기에 맞춰 끌어올린 중국어 교육 인프라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국제고 개교 시기에 발맞춰 2014년 37명이던 관내 중국어 교사를 올해 59명으로 늘렸다. 중국어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 학교도 2014년 37개교에서 올해 46개교로 늘렸다.

◇"이런 학교 하나쯤 있어야"

조선일보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이 내려오지 않은 만큼, 대구교육청은 일단 개교 준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고교 서열화, 입시 학원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교육과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무(無)학년제·교과교실제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고르게 하고, 전(全)교과목은 프로젝트 수업으로 가르치는 식이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일부 특목고가 입시 학원처럼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가 그렇다고 해서 전국에서 유일한 중국 특화 국제고가 문도 열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점차 중요해지는 대중(對中)관계를 생각할 때, 이런 학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모든 고교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중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학부모들은 유학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 개교도 안 한 학교가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몰려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일선 중학교와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장인 나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교육정책이 요동친다"며 "5년마다 학교가 폐지됐다 부활했다 반복하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진학 지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35)씨는 "대구에 중국 특화 국제고가 생긴다고 해서, 딸아이 중국어 교육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대구=김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