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8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A(42)씨는 4일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죽으란 소리"라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서울은 애기 손바닥만 한 빵을 2000원 넘게 받아도 팔리지만, 여기서는 500원 받기도 어렵다"며 "지금도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정신없이 팔아야 겨우 직원 두 명 월급을 주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최저임금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과 물가 수준이 낮은 지역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인건비 부담은 더 크다는 것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소득·물가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 월 임금 격차 최대 170만원
작년 4월 기준 16개 시도 가운데 월 임금 총액이 가장 높은 울산광역시와 가장 낮은 제주도의 차이는 172만5000원에 달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광역시도 임금 수준이 서울의 80%에도 미치지 못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국 어느 곳을 가나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1인분에 5만원 넘게 받는 서울의 한우식당, 1인분에 2000원인 부산의 대패 삼겹살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똑같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별로 소득, 생계비 격차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노동경제학 전문가인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전국적으로 하나의 최저임금 기준을 만드는 데에도 노사 간에 합의한 적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별 차등화는 원론적인 수준에 맴돌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최저임금법에 지역별 차이를 두지 않게 돼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1988년 법 시행 이후 인상 폭 위주로 논의가 이뤄지면서 다른 안건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전국 단일 최저임금을 고수하는 가운데 기업이나 전문가들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지역 자영업자들만 부담이 커진 것이다.
최저임금이 수도권지역의 기준임금 역할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계약직이나 신입 초임을 최저임금 수준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가장 물가가 비싼 서울 등 수도권의 생계비에 맞춰 결정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다른 미·일 최저임금
1959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지역별,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설정한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마다 구성된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해당 지역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직종 근로자의 임금, 사업장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년 정한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과 지방 도시 간에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최대 239엔(약 2420원) 차이 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693엔에 그치고, 도쿄(932엔)·가나가와(930엔)·오사카(883엔) 등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는 시간당 임금이 1000엔(약 1만원)에 육박한다.
미국 역시 지역별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천차만별이다. 연방정부가 팁을 받는 근로자는 2.13달러, 팁이 없으면 7.25달러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주(州)별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밀집해있고 인구 유입이 많은 뉴욕, 워싱턴,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최저임금이 11달러이지만, 대기업이 없고 인구 감소세가 확연한 조지아, 와이오밍주는 5.15달러로 절반 수준이다. 인도네시아는 수도인 자카르타 권역과 지방 도시가 최대 2.5배 차이 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차등화는 각 시도 입장에선 인력 유출 등의 이유 때문에 굉장히 민감해하는 문제"라며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뒤 확산 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joyjay@chosun.com);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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