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304건중 ‘전부수용’ 130건뿐
물포 사용기준 법제화 등 권고엔
핵심사항 빼고 ‘무늬만 수용’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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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경찰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은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인권위가 25일 공개한 주요 불수용건 내용을 살펴보면, 인권위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위원회는 당시 경찰이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서 77일간 이어진 노조원들의 점거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식수·식량·의약품 반입 차단 △용역경비원 등의 운전사·간병인 집단폭행 방관 △최루액·전자충격기 등 안전성 논란이 있는 진압장비 사용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권고 불수용 사유로 △식수 등의 반입을 차단한 주체는 회사였고 △진압장비는 적법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시설 내 의료조치 미흡’도 대표적인 권고 불수용 사례다. 인권위는 2013년 7월, 간질환을 앓던 전주교도소 수감자가 적절한 의료조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진정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 인권위는 법무부와 전주교도소에 주의 조처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는데, 전주교도소는 물론 법무부도 이를 수용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법무부와 전주교도소 쪽은 “피해자의 간질환 관련 증상의 호소나 치료 요구를 무시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없다”며 권고 불수용 방침을 회신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자가 관련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더라도 3차례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 소견이 나온 만큼 사후 관리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관은 인권위 권고의 핵심 내용은 불수용하면서, 곁가지는 수용하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인권위는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다수의 진정을 받고, 경찰 쪽에 촛불시위 진압·해산 과정에서 벌어진 과잉진압 등의 책임을 물었다. 인권위는 당시 경찰청장에게 방어 위주의 경비원칙 엄수와 살수차 사용 기준에 대한 부령 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등 7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경찰청장은 일부 인권위 권고는 수용했지만, ‘물대포 법적 근거 마련’ 권고에 대해서는 “물포운용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어 위 권고를 불수용한다”고 통보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인권위의 정책·제도개선 권고 수용률(2001~2016년)’ 자료를 보면, 권고 총 304건(지난해 12월31일 기준) 중 ‘전부 수용’은 130건에 그쳤다. 반면 ‘일부 수용’은 92건, ‘불수용’은 43건, 나머지 39건은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용’이나 ‘검토중’은 관련 기관이 사실상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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