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진범에 징역 15년 선고

엉뚱한 사람이 10년 옥살이…사건 17년 만에 진실 밝혀져

2000년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돼 10년 옥살이를 한 뒤 재심으로 그의 무죄가 밝혀져 재판이 다시 진행 중이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25일 이 사건 피고인 김모씨(36)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가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자백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하지만 신빙성이 없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돈을 빼앗기 위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첫 경찰 진술과 사건 내용이 비교적 일치하는 점, 첫 구속영장 기각 후 진술을 번복한 점 등에 비춰 김씨를 사건의 진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흉기로 생명을 빼앗아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고, 유족들이 평생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데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안 했다”며 “피고인은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건 당시 불우한 환경에서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한 19세 소년이었고 전과가 없는 점을 참작했다”며 “당시 형법상 살인의 유기징역 상한이 15년인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당시 42세)를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첫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2003년 물증 부족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대신 사건 당시 약촌오거리 주변을 지나간 최모씨(33)가 범인으로 체포돼 징역 10년 만기 복역하고 출소했다. 최씨는 재심을 통해 지난해 11월 무죄가 선고됐고, 진범으로 지목된 김씨는 판결 4시간 만에 경기도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3년 자백은 스스로 꾸민 이야기”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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