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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녹색세상]4대강 감사가 못마땅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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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4대강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다수 국민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고 해마다 4대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절차상 이유를 들며 곧바로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하자 24일 한국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였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5%가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에 찬성했다. 4대강 사업 재조사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새로운 정부가 이를 묵과한다면 오히려 국민 뜻에 반하게 된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정의당 94.7%, 더불어민주당 92.5%, 바른정당 71.5%, 국민의당 69.4%, 자유한국당 29.4%가 재조사에 찬성하고 연령별로는 40대 87.1%, 19~29세 86.1%, 30대 83.6%, 50대 78.8%, 60세 이상 66%가 찬성한다. 결국 재조사 없이 그대로 덮어둬야 한다는 의견은 일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나 60세 이상 노령층 일부에 그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에서는 재조사 조치에 대해 ‘정치감사’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보복 감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감사와 재판, 평가까지 끝난 전전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내서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들려 한다며, 오히려 후속사업을 완성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해서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변한다. 당시 침묵했거나 비판에 소극적이었던 보수언론지들의 프레임 또한 다르지 않다.

4대강 사업 재조사가 ‘정치보복’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4대강을 제대로 회복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과 처벌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녹조 범벅인 강에 물고기들의 사체가 떠오르고 시궁창이나 하수구에나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에 우글거리는데도 4대강 사업이 성공한 사업이라고 우기는 그들 말을 과학적 조사 없이 받아들이고 아무런 조치도 처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잘못이 없다면, 떳떳하고 정당하다면, 오히려 이참에 시시비비를 확실하게 가리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들이나 이 사업을 앞장서 옹호했던 소위 전문가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처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4대강 사업을 앞장서 옹호했던 자신들의 행동과 신념이 옳았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잘 알려진 것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긍정적 평가를 내린 건 이명박 정권 당시에 이뤄진 1차 감사뿐이었다. ‘셀프감사’를 통한 면죄부 주기였다. 나머지 감사에서는 모두 4대강 사업을 계획부터 재정지원까지 졸속으로 추진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담합에 참여한 건설회사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만 있었을 뿐 책임 있는 정책결정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당성 있는 4대강 재조사를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고 생명의 4대강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시민적 열망에 대한 모독이다. 이제라도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한다. 혈세 2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서 강을 파괴한 허무맹랑한 이 사업이 왜 추진되었는지, 어떻게 제대로 된 국민적 동의 없이 추진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책임 있는 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나라다울 수 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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