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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상자 0명’ 새벽 화재에 완벽히 대피한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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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5일 오전 4시경 부산 사상구 대남병원 1층 사무실에서 불이 나 환자 500여 명과 야근을 서던 병원 직원 10여 명이 병원 밖으로 대피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6층짜리 병원에서 다들 잠에 빠져있던 새벽에 불이 났지만 화재 대응 메뉴얼을 잘 따라 사상자가 생기지 않았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의 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환자 500여 명이 급히 대피했지만 사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병원 직원들은 화재 발생 시 매뉴얼대로 행동했고 환자들이 이를 잘 따랐다.

25일 오전 4시경 부산 사상구 대남병원 지하 1층 총무과 사무실에서 불이 났다.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당직 근무자는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잡히지 않아 119에 신고했다. 야근하던 직원 14명은 환자들을 깨워 병원 밖으로 대피를 시켰다.

6층 건물의 병동에서 환자들이 한꺼번에 1층 출입구로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매뉴얼에 따라 6층 환자부터 차례차례 빠져나가도록 안내했다. 부축이 필요한 환자 10여 명은 출동한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았다.

불이 난 지 20분 만에 환자 504명과 직원 14명이 무사히 병원 밖으로 대피했다. 환자들은 소방대원들이 불을 끈 뒤 연기가 모두 빠질 때까지 대기하다 약 2시간 후인 오전 6시반 경 병실로 돌아갔다.

부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가 난 병원이 정신병원이어서 직원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면 환자들이 큰 혼란에 빠져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며 “지난해 12월 북부소방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내 병원 32곳의 야간 대피상황을 불시 점검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남병원은 당시 점검에서 야간 화재에 취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부소방서 특별조사팀장 김규영 소방위는 “오후 10시경 대남병원을 찾아 갑자기 불이 났다고 상정하고 환자를 대피시켜 보라고 했더니 당황한 직원들이 대처를 못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화재 대응 매뉴얼을 알려주고 야간 근무 인원을 소화반, 대피유도반, 응급처지반으로 나눠 대처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병원 복도의 양쪽 출입문 잠금장치가 층마다 달라 대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소방서의 지적에 며칠 뒤 자물쇠와 열쇠를 교환하기도 했다.

경찰은 병원 총무과 사무실의 복사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하고 누전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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