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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이낙연 후보 청문회가 남긴 몇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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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문재인 정부 첫 총리 청문회여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낙마에 이를 정도의 하자는 없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탈과 부인의 그림 강매 등 몇몇 의혹이 제기됐으나 주요 쟁점은 부인의 위장전입이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총리 후보자로서 위장전입은 가볍지 않은 흠결이다. 더구나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이유를 ‘출퇴근 편의를 위해서’라고 했다가 ‘강남 학교 배정을 위해서’라고 해 정직성에 의문을 남겼다. 이 후보자가 아들의 병역 면제 관련 진료 자료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 것도 청문회 취지를 흐렸다.

이 후보자의 흠결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원칙 위배라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문 대통령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들은 공직 인사에서 배제하겠다’고 해놓고 주요 인사인 총리 후보에게 적용하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도 딸의 위장전입을 인정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신선한 인사라는 찬사가 지탄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또 있다. 이 후보자에게 곤란한 질문을 했다고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해당 청문위원들에게 비난 문자메시지를 대량 보낸 것이다. 시민을 대신해 성역 없이 공직자를 검증하라는 국회의 임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정권 초반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엄정한 검증을 해야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검증보다 흠집내기로 야당의 위상을 세우려 한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문자로 제보받은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대부분이 가필과 대작으로 이뤄졌다”고 의혹을 부풀려 제기한 것 역시 청문회의 취지를 망각한 행태다. 후보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통합진보당 해체 결정에 소수의견으로 반대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벼르고 있다고 한다. 충실히 검증하되 색깔론에 의거한 사상 검증식 청문회는 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과 국정 능력 검증이라는 본령에 좀 더 충실한 참신한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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