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엄연히 국민 세금인데도 영수증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어디에 썼는지 사용처도 공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먼 돈’이요, ‘깜깜이 예산’이다. 그렇게 쓴 돈이 지난 10년간 8조5631억원이었다. 최근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70만~100만원씩을 건넨 ‘돈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다른 기관들도 부하 격려금 등으로 펑펑 나눠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08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특수활동비 4000만~5000만원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쓴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특정업무경비를 단기투자상품에 넣어두고 재산 증식에 이용한 파렴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헌재 소장에서 낙마했다. 이런 일들이 터질 때마다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단맛에 익숙해진 해당 기관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되레 매년 증액해 지난해에는 19개 기관 특수활동비가 8870억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이 절반가량(4860억원)을 쓰고, 국방부(1783억원), 경찰청(1298억원)이 다음이었다. 국정원은 댓글 작업에 동원한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아스팔트로 몰려나오는 극우 단체들에도 특수활동비에서 돈을 빼내 줬다. 이런 데 쓰려니 특수활동비가 필요했지 싶다. 이제 공직자가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한 데가 아니면 폐지하거나 최소화하고, 사용 뒤엔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외에 가족의 식비, 의복비 등은 모두 사비로 결제하겠다고 했다. 관저에서 사용하는 치약·칫솔도 개인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처사다. 대통령을 필두로 공직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더 깨끗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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