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여민관 집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관저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배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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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 사람 바꿨을 뿐인데.”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엉뚱한 상상을 덧붙이자면 공교롭게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유행하던 남성화장품 CF의 대사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들이 역대 최고권력자들에게 느끼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이유로 최근 대통령에 대한 기사는 독자의 반응이 좋은, 시쳇말로 ‘핫(hot)’한 소식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 대통령의 행보를 다룬 정치 뉴스가 많이 소비되었지만, 내각에 어떤 인사들이 발탁되는지 국가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인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 보다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조명 받고 있다. 첫 출근길에 홍은동 사저 주변 이웃들과 셀카를 찍고, 대통령 사인을 받기 위해 가방에서 종이를 찾는 초등학생을 위해 쪼그려 앉아 기다려 주고, 주중 연차를 내어 경남 양산 사저에 내려가 반려견 마루를 챙기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적 변화보다 지도자의 거리감 없는 모습에 정권교체를 실감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지인들도 요즘처럼 ‘오늘은 또 어떤 신나는 소식이 있을까’라는 기대로 고국의 뉴스를 기다린 적이 없다고 한다.
백미는 제37주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공연에서 5ㆍ18 당시 세상을 등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퇴장하는 김소형씨를 따라가 따뜻하게 포옹해 주었다. ‘욕 하면서 본다’는 정치 뉴스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 적이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탄핵 당한 박근혜 정부 다음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대진운도 좋은 편이다. 때문에 출범한 지 갓 보름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른 감이 있다. 탄핵을 겪으면서 한층 성숙해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눈높이를 의식하면 더욱 그러하다.
당장 20대 젊은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에 열광하면서도 그대로인 아르바이트 시급을 걱정하고 생활물품 인상 소식에 한숨을 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한편에선 당장의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국가가 세심하게 돌봐주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문재인 정부의 유능함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문재인 정부의 초반 조치들이 실력보다 의욕이 앞섰던 참여정부 때보다 진화한 징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재벌개혁 전도사’로 알려진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과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보면서다. 재벌 및 검찰 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완수하지 못한 난제들이다. 더구나 여소야대 구도에서 국회의 안정적인 지원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정부 초기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개혁 어젠다를 선택, 이를 통해 국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승부사 기질도 선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렇게 적었다. “휩쓸림이나 감정으로가 아니라, 냉정한 마음으로 성공과 좌절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참여정부 5년을 포함한 민주정부 10년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수많은 굴곡을 겪을 것이다. 그 때마다 초심을 떠올린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찾아 뵙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도 그때서야 완성될 수 있다.
김회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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