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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빠르고 놀라운 나라? 바르고 심심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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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
권태호 지음/페이퍼로드·1만5800원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는 <한겨레>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인 권태호 기자가 2016년 쓴 한 칼럼에서 따왔다.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을 돌이켜보며 왜 우리 사회는 이토록 거대한 비극에 압도돼야 하는지 살핀 글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한 나라, 일상을 지배한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이 ‘헬조선’을 낳았다.

1993년부터 기자 생활을 한 그는 지난 몇년에서 멀게는 십수년 전에 쓴 글 가운데 여전히 시의성이 있는 글들을 가려 모아 이 책을 펴냈다. 박종철, 박근혜, 꽃분이네 가게, 아사다 마오, 5천원짜리 치킨 등. 지은이의 말마따나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도 칼럼 소재”가 될 정도로 우리는 몰상식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는 조금 느리고 불편해도 “탄탄한 시스템이 갖춰져 무엇 하나 과정을 건너뛰거나 쉽게 되는 것이 없는” 나라를 꿈꾼다. 이런 과정에서 안전과 공평이 자리를 잡고, 그렇게 안정된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심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명이 며칠에 불과한 휘발성 강한 칼럼이 한 데 모여 책으로 엮이긴 쉽지 않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어떤 시점의 지배적인 사회적·조직적 분위기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에서 그의 글이 힘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소설가 김훈은 “낙인 찍지 않고, 웅성거리지 않고, 깃발을 흔들지 않는 스밈의 힘”이 그의 글에 서려 있다고 추천사에 썼다. 거대한 사건의 취재 후기부터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까지, 일상의 작은 파편도 놓치지 않고 소재로 쓸 정도로 성실한 관찰력과 세심한 삶의 태도가 엿보이는 글들이 많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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