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4% 인터넷·스마트폰 빠져 산다 / 여가부, 141만여명 대상 조사 / 도움 필요한 위험군 2만2715명 / 男 인터넷 女 스마트폰 더 집착 / 초등학생선 10명 중 1명 달해 / 연령 낮을수록 중독 성향 심각
“우리 아이에게 부모의 빈 자리를 채워준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어요. 학교만 다녀오면 자기 방에 박혀서 나올 줄 몰라요.”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A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들은 부모의 퇴근 전까지 여러 학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집에 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5학년이 된 아들이 학원을 전전하는 답답함을 토로했고 “이제 나도 제법 커서 혼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해 학원 수를 줄였다. 하루 2시간 정도는 혼자 둬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화근이었다. 아들이 집에서 인터넷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초반에는 A씨가 귀가하면 게임을 중단했으나 어느 순간에는 서로 말다툼을 하고 나서야 컴퓨터 전원을 껐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자 간의 갈등은 깊어졌고 아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며 따지고 들었다. A씨는 “학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돌리는 것도 미안하고 결국 내가 일하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벌을 받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A씨처럼 자녀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과 채팅 등에 장시간 몰입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실제 청소년 7명 중 1명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3∼4월 전국 청소년 141만372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14.3%(20만2436명)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위험·주의 사용자군’으로 분류됐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이 심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 위험 사용자군이 2만2715명, 경미한 중독 수준이지만 주의가 필요한 ‘주의 사용자군’이 17만9721명이었다. 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은 인터넷, 여학생은 스마트폰에 더 집착했다. 남학생이 컴퓨터게임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여학생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실시간 대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위험 주의군은 남학생(6만9786명)이 여학생(6만180명)보다 많았고, 스마트폰 위험 주의군은 여학생(7만2874명)이 남학생(6만2307명)보다 많았다.
인터넷·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연령은 점점 낮아졌다. 중독 증세를 보인 초등학생은 전체 조사대상(42만3771명)의 11.8%로 10명 중 1명에 달했다. 인터넷에 중독된 초등학생은 2015년 2만3483명에서 지난해 3만8102명으로 늘었다.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1만6735명에서 2만6871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인터넷 중독 고등학생은 4만1858명에서 3만9278명으로, 스마트폰 중독 고등학생은 8만3570명에서 5만8837명으로 줄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위험군 청소년에게 상담·병원치료·기숙형 ·치유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아이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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