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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준비 안 된 상태서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 최악의 결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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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지난 2월 14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 강화로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 출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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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 강화로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신경정신의학회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 출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라포르시안] 개정 정신보건법(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정한용)가 정신질환 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국내 실정에 맞는 '사법입원' 또는 '준사법입원'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5일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을 앞둔 학회 입장'을 내고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학회는 "의료현장의 전문가로서 개정법의 취지인 인권보장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히 찬성한다"며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의 태생적 한계와 준비부족으로 애초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음을 우려해 6개월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현대 정신보건법의 핵심은 정신질환의 경우 입퇴원 과정의 결정권과 함께 퇴원이후의 삶도 국가가 책임진다는데 있다"며 "해외에서 사법입원 또는 준사법입원의 방식으로 국가가 결정하는 이유는 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과 그에 대한 책임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법의 핵심인 입원적합성위원회는 시범조사로 1년 유예된 상태에서 그마저 서류심사 중심이고, 2인 진단의 주체로 국공립병원의사수가 부족해 이를 다시 민간전문의에게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인권보호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이러한 정책은 무늬만 선진화이고 핵심은 모두 빠졌다는 점에서 다른 적폐와 유사한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면 비자발적 입원환자(강제입원) 중 퇴원 조치된 환자들을 돌 볼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아 탈수용화 정책의 효과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 기사: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 우려는 과연 온당한가>

학회는 "탈수용화는 법 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그에 대한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야만 한다"며 "하지만 법 개정에 따른 지역의 정신보건센터나 주거시설에 대한 투자는 전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이 개정 정신보건법의 쟁점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51만5,293명에 달하는 반면 국내 사회복귀시설의 수용정원은 7,000여 명으로 1.4%에 불과하다. 또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등록관리율은 18.4%에 불과하지만 이미 센터 전문요원은 한 명당 100명 가까운 중증장애인를 돌보고 있다.

학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당국의 대책 역시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며 "민간지정기관에 참여하라며 한명이 6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민간병원 전문의들에게 행정력을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왔고, 시행을 1주 앞둔 시점에서 입퇴원 시스템에 대한 전국교육은 세종시에서만 이틀 진행하며 그것도 불과 1주전에 공지하는 등 졸속의 연장에 서있다"고 꼬집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수용화 정책이 추진돼 자칫 준비 없이 퇴원한 정신질환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적 편견만 강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학회는 "인권보호와 탈수용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한국형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환자 및 보호자와 함께 서명운동을 시작해 조속한 전면재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강제입원이 가진 인권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사법기관이 입원 적합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체계를 구축해 부적절한 입원으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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