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르네상스<2> '395년 전통' 대구약령시
업계 위기감 고조됐지만
한방 접목한 다이어트ㆍ조미료 등
신규 창업 늘며 힐링 테마거리로
359년 역사의 대구약령시가 깔끔한 도로와 간판으로 단장, 활력을 주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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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성들이 23일 대구약령시 한의약박물관 3층의 한방역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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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약령시 한의약박물관 1층 한약재 도매시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싣고 온 한약재가 서늘하게 보관되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가 약재 이름과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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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약령시 고객쉼터인 ‘청춘살롱’에서 대구시와 중구청,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관계자들이 최근 만든 홍삼맥주에 대한 품평회를 하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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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약령시 한 업소 진열대에 선보이고 있는 한약재.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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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약재 시장의 위기다. 홍삼과 비타민 등 한약대체재가 넘쳐나고 신약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고속성장 하지만 한약재 업계는 업주 고령화로 경영 쇄신 의지조차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3대 한약재 시장의 으뜸인 대구약령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359년 국내 최고 전통은 숫자일 뿐이었다. 2011년 8월 바로 옆에 현대백화점이 개점, 30%를 웃도는 임대료 상승 여파로 기존 업소가 줄고 있는 대구약령시의 위기는 군 단계별 경보 조치로 치면 ‘진돗개 하나’의 최고 수준이다.
역발상은 위기에서 시작됐다. 시대와 보조를 맞추는 한방 창업, 관광과 문화를 곁들인 한방 체험 등으로 구조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한방ㆍ건강ㆍ힐링 테마거리’를 표방하는 대구약령시는 2015년 기준으로 연매출 300여 억원의 테마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3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남성로 대구약령시. 동서로 길이 700m, 폭 12m의 거리 양쪽에 자리잡은 대구약령시 동편 입구부터 천궁과 당귀, 약쑥, 계피 등 한약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커피숍과 일반음식점이 속속 침투했지만 거리는 여전히 약업사와 제환원, 제탕원, 한약방, 한약국, 한방식품 업소, 인삼사, 한의원 등 177개 업소가 지배하는 한방 세상이었다.
대구약령시를 상징하는 한의약박물관 1층 도매시장에는 자루에 담긴 한약재가 가득했고, 당귀를 둘러싼 흥정 소리는 투박했다. 1ㆍ6일 5일장이 설 때면 수십 명의 한약재 출하자와 경매사들이 전국 한약도매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2012년 178톤 27억2,800만원, 2013년 138톤 23억500만원, 2014년 163톤 26억4,900만원, 2015년 177톤 28억4,200만원이 거래됐다. 지난해 거래액수는 24억5,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금액으로는 조금 줄었으나 거래량은 188톤으로 최근 5년간 최고를 기록했다. 거래금액과 거래량은 한약재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게 약령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2층 족탕과 사상체질 감별 등 한방체험실을 지나 3층 한방역사실로 올라가니 싱가포르 여성 세 명이 한약재를 써는 인형과 의상을 보며 한창 웃고 있었다. 싱가포르국립대 졸업생이라는 그레이스(23)씨는 “싱가포르에도 차이나타운에 동인당 같은 전통약방이 있지만 대구약령시처럼 몰려있는 곳은 처음 본다”며 “인터넷을 뒤져 약령시를 찾아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대구약령시를 찾는 외국인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한의약박물관 관람객 13만5,861명 중 중화권 6,174명, 일본 2,558명, 영어권 1,924명, 동남아 524명 등 외국인이 1만2,315명이나 됐다. 외국인 수는 2012년 6,329명, 2013년 8,862명, 2014년 9,193명, 2015년 8,990명 등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기승을 부린 2015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의약박물관 바로 앞 약령빌딩 지하 1층에 고객쉼터인 ‘청춘살롱’이 문을 열었다. 중국어와 일어, 영어로 홍삼맥주와 수정과, 천궁ㆍ당귀에이드 등 한방음료를 무료서비스,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방 수제맥주와 약선요리 만들기, 사주명리 아카데미 등 축제 때나 열릴 법한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우영진(40) 대구약령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대구약령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시민과 관광객이 체험하고 또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분야 창업도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한약상, 약재상, 한의원 주위로 한방과 접목한 다이어트, 조미료, 숙취해소제, 향수, 식품 등 신개념 한방 업소가 12개나 등장했다. 이름도 다소목, 약령길, 초목허브, 우성허브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다 경옥고캔디, 공진단환, 기능성 한방마스크팩, 흑마늘차에다 차량용 방향제까지 최근 6년간 40여 종의 다양한 한방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구약령시는 최첨단 기술과도 손잡았다. 지난해 9월부터 이곳 한약방과 약업사 등 업소 입구에는 근거리 무선통신(NFC)과 QR 코드가 담긴 간판이 100여 개나 내걸리고 있다. 손님들이 간판에 스마트폰을 대면 대표 이름과 영업시간, 취급품목, 대표상품, 택배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구약령시는 조선 효종 9년인 1658년 국책사업의 하나로 생겼다. 처음에는 대구읍성 근처에서 매년 봄, 가을 1개월씩 열려 중국과 만주, 러시아, 인도, 유럽 등 세계 각지의 약재상이 몰렸다.
1982년 한약재 도매시장 개장 후 전국 약재의 도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이곳은 1988년 한약재 단일품목 특수시장의 지위를 획득했다. 보건사회부로부터 ‘전통한약시장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2001년에는 한국기네스위원회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약령시로 인증됐고 2004년에는 전국 첫 ‘한방특구’로 지정됐다.
국가문화재인 계산성당과 대구화교협회, 시문화재인 대구제일교회가 있는 약령시는 대구 근대골목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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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등 스마트 기술 연동해
대표 상품ㆍ택배 정보 한눈에
작년 외국인만 1만2000여명 방문
연매출 300억 ‘한방특구’ 거듭나
약령시에는 내년까지 한의약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한방의료체험타운이 들어선다. 부지 954.3㎡, 연면적 2,608㎡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들어서는 이 타운에는 한방의료 문화체험관과 창업 공간, 한방카페 등이 들어서게 된다.
거리도 새로 단장된다. 한방거리 디자인 실시설계를 통해 내년까지 거리는 깔끔한 색깔로 탈바꿈한다. 또 197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에는 약 썰기와 한약환 만들기, 사상체질 진단체험 등 한의약 관련 60여 프로그램이 마련돼 약령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약령시보존위원회 임진혁(57) 이사장은 “한방은 최근 유행하는 힐링과 건강과 직결돼 있고 젊은 아이디어와 접목되면 다양한 파생 상품이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라며 “변화와 홍보를 통해 대구약령시를 최고의 한방특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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