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승
논설위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닮은 점이 아주 많다.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이면서 경제민주화 운동에 한 획을 그은 시민운동가이다. 전형적인 사회참여형 지식인이다.
두 사람은 학연이나 지연 같은 개인적 인연은 없다. 일로 만나 20년간 동지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교수 김상조는 1999년 고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소개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인 장하성을 만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에 도입을 권고한 ‘기업지배구조 모범 규준’의 중요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김상조에게 장하성은 “가장 잘 아는 당신이 직접 해보라”고 권유했고, 김상조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김상조의 신념과 능력을 인정한 장하성은 경제민주화위원회를 경제개혁센터로 바꿔 책임자 자리를 김상조에게 물려줬다. 이 경제개혁센터가 지금의 경제개혁연대로 독립해 발전했다. 장하성이 열살 가까이 나이가 많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김상조를 소개할 때 자신의 ‘솔메이트’라고 부른다. 김상조에게 장하성은 늘 ‘든든한 후원자’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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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과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에 합류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개혁에 대한 생각이 문 대통령과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벌개혁론자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재벌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사실 두 사람에게 재벌개혁은 수단일 뿐 목표는 훨씬 원대하다. 문 대통령도 여러차례 강조했듯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재벌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소수 재벌에 경제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왜곡된 경제생태계를 바로잡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뿌리내리게 해 국민 모두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재벌개혁은 방법이고,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김 후보자는 지명 다음날인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취임하면 초반에 가장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대리점, 가맹점, 골목상권이다.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공정위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챙기겠다”고 밝혔다. 국내 고용의 87.9%를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이 활로를 찾지 못하면 국민에게 만족스러운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할 수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와 가맹점·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을 근절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개혁이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낙수 효과’가 아니라 ‘분수 효과’다. 서민층의 소득 증가와 소비 확대가 생산과 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지만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다. “경기도 나쁜데 경제를 망치려 하느냐” “기업하지 말라는 얘기냐”는 불만이 나오고 조직적 저항이 꿈틀댈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해 경제민주화에 실패했다. 참여정부에도 개혁적인 인사가 많이 참여했지만, 하나의 세력을 이루지 못한 채 파편화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장하성 정책실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적의 조합일 수 있다.
피파 U-20 월드컵에서 ‘바르사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의 맹활약으로 한국 대표팀이 ‘4강 이상’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파죽지세다. 장하성-김상조 투톱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장면을 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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