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이용 증강현실로 종양 위치 확인
지난 3월 학술지 발표…기존 방식보다 정확
분당서울대병원·대구경북과기원 시스템 개발
정강이뼈 암 50대 여성 환자에 첫 적용해 성과
뼈에 암(골종양)이 생긴 환자의 수술에 증강현실 시스템을 적용한 첫 사례가 국내에서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지난 2015년 50대 여성 환자가 이 방식으로 수술을 받았다. 사진 속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에 암이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
이 가운데 수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포켓몬 고' 등에 사용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골종양 수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공동 연구팀은 25일 "세계 최초로 태블릿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골종양 수술용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해 2015년 정강이뼈에 골종양이 있는 50대 여성 환자의 수술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를 담은 논문을 지난 3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보는 실제 이미지 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합성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 원리는 이렇다. 우선 CT·MRI 등 영상진단 장비로 종양의 위치·크기에 관한 데이터를 구한다. 이 데이터를 의료진의 태블릿PC용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프로그램은 이 데이터를 3차원으로 가공해 의사가 태블릿PC 카메라로 환자를 찍으면 종양의 위치·크기를 실시간 증강현실 기술로 환자의 신체상에 구현한다. 방사선 사진에서 의료진이 짐작한 종양 위치를 환자의 수술 부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정확도가 높아진다.
연구팀은 수술에 앞서 2014년 이뤄진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골종양이 있는 돼지의 허벅지뼈 123개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82개)은 증강현실 시스템을 적용해, 나머지(41개)은 기존 방식으로 수술했다. 그 후 암과 주변 조직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분해 잘라냈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증강현실이 이용한 방식이 훨씬 정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골종양을 제거할 때는 암 부위 주변의 정상조직을 10㎜가량 더 잘라낸다. 재발을 막으면서도 뼈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범위로 이를 '안전거리'라 한다. 가령 직경 30㎜ 암은 주변을 포함해 직경 50㎜ 정도를 잘라낸다. 이 안전거리를 최대한 정확히 지킬수록 수술 정확도가 높은 것이다. 실험 결과, 증강현실 시스템을 이용한 쪽은 안전거리에서 절제 범위의 오차가 3㎜이하인 비율이 90.2%로 기존 수술법의 70.7%로 높게 나타났다.
동물실험 결과 증강현실 시스템을 적용해 수술하면 기존 수술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았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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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개발한 증강현실 시스템은 현재까진 팔·다리의 골종양에만 적용할 수 있다. 향후 골반뼈 등 다른 부위에도 확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예정이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골종양 수술 방식에 대해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수술용 네비게이션은 작동법을 배우기가 어렵고 장치도 비싼 데 태블릿PC는 사용하기 편하고 접근성도 높다. 수술 위치 설정이 어려운 골반뼈 등에 적용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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