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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한겨레 사설] 검경 수사권 논의, 국민 인권·편익 관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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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조 수석은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염원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필수적 전제로서 인권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수사권 조정의 ‘여러 전제 중 하나’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방지되도록 하는 ‘내부 장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한 방안으로만 부각돼온 ‘수사권 조정’ 문제를 국민의 인권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경찰에 과제를 던진 셈이다.

수사권 문제는 공직자비리수사처 공방에 비하면 덜 조명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보면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사안이다. 이제부터라도 검찰개혁 방안으로서만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편익이란 기준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논의도 이런 관점에서 본격화해야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주요 5당 후보 모두 검찰 수사권의 경찰 이양을 공약했다. 공수처 설치에 홍준표 후보가 반대 의견을 표시한 것과도 비교된다. 그만큼 정치권의 공감대는 넓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조 수석이 거론했듯이 인권 관점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또 각종 비리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이 검찰 못지않거나 더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취약점에 대한 견제장치나 자정노력 없이 수사권만 넘겼다가는 자칫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기존의 방대한 인력과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면 경찰 조직이 또 하나의 공룡 기관이 될 수도 있다.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또는 광역단체별 자치경찰로의 분리 등 분권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결국 법안을 다룰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등 해당 기관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권과 편익이다.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논의 참여는 물론 국민 의견과 눈높이가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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