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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한겨레 사설]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 없이 소득분배 악화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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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외환위기 이후 악화 일로를 걷던 소득분배 지표가 2008~2009년을 경계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 앞으로는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싹텄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허망하게 무너져버렸다.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불평등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304로, 2015년의 0.295보다 0.009 상승했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불평등 정도가 완화되던 흐름이 5년 만에 뒤집힌 것인데, 수치가 일거에 2013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과 하위 20% 계층의 소득 격차도 커졌고, 상대적 빈곤율도 높아졌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정부에 내는 세금과 기초연금, 수급비 등 정부에서 받는 공적이전소득을 더한 소득을 기준으로 불평등도를 계산한 것이다. 정부의 재분배 효과가 반영돼 있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떨어뜨리는 정도는 계속 커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다시 높아진 것은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재분배가 이뤄지기 전 시장소득의 불평등도가 그만큼 빠르게 커가고 있다는 얘기인 까닭이다. 지난해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353으로 2015년에 견줘 0.012나 올랐다.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서 빈곤층이 확대된 것이 지니계수 상승의 핵심 원인이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으로 늘어난 실업자가 영세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고, 평균 취업시간이 짧은 아르바이트형 일자리 비중이 커졌다. 올해 들어선 경기가 바닥을 치고 좋아지는 조짐이 엿보인다. 하지만 내수 호전이 아니라 수출 회복에 기댄 것이어서 소득 불평등 완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게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재분배 정책도 펴야 한다. 산업구조, 고용구조의 변화,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시장소득 불평등도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정책적·정치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내수부진에 기반한 장기침체를 벗어날 길이 없다.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서둘러 복지제도를 확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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