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는 창업 기업 지원
재정 1500억원 투입
예산당국, “부처간 협의 해야” 난색
창업 기업 연대보증 단계 폐지
신보·기보 등 정책금융기관 통폐합 추진
장기연체자 빚탕감 등 서민대책도 보고
문재인 정부가 우수한 기술은 있으나 창업 초기 어려움으로 재기에 실패하거나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 5천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2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오는 8월까지 3천억원 규모의 ‘삼세번 재기 지원 펀드’를 만들어 내년부터 운용한다”고 밝혔다.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 조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지원 대상은 재창업 7년 이내 기업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재기 지원 기업,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단독 채무 재기 지원 기업이다. 정부 재정에서 1500억원을,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 금융기관에서 1500억원 출자받아 펀드가 조성된다. 박 대변인은 “중소기업청도 유사한 펀드를 2천억원 규모로 만든다고 했다. 금융위가 만드는 펀드와 합쳐 모두 5천억원 규모의 펀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조성 과정에서 운영 주체나 규모, 재원 조달 방식에는 조정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위나 중기청 구상 대로라면 3500억원이나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 펀드 조성을 보고한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업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우선 올해부터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법인 대표자 1인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기준을 창업 이후 5년 이내에서 창업 이후 7년 이내까지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창업 후 7년이 지난 기업의 대표자로까지 확대한다.
금융위는 이날 기능 중복 문제가 지적돼온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안도 보고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곳이 많아 비효율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만큼 정책금융기관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며 “지원 대상별, 기능별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게 보증 지원을 해주는 업무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수출 기업 대출 지원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하고 있다.
금융위의 보고내용에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보유 1000만원 이하·10년 이상 연체채권 소각’ 방안도 담겼다. 현재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장기연체 채권 규모는 3월말 기준 1조9000억원 규모로, 대상자는 43만7000명이다. 금융업계는 이 조처로 소액·장기연체자 1인당 435만원 정도 채무를 탕감받는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한다.
과거와 같은 원금 탕감이나 이자 감면이 아닌, 채권 완전 소각이라는 점에서 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이 이들 채권을 금융기관에서 사들일 때 이미 채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태인데다, 자체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던 채무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채권 소각 기준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해 소각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 방안도 보고했다. 현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 2억원 이하는 0.8%,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는 1.3%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수수료율 첫 번째 구간의 0.8%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두 번째 구간의 1.3%는 1.0%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이춘재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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