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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서울의 노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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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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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老鋪).

젊은 세대에겐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단어다. 한자 뜻 그대로 ‘늙은 가게’ 또는 ‘오래된 가게’를 말한다. 절대적 기준이 있을 리 없지만, 노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가게들이 서울엔 얼마나 있을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그 가게의 세월 속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서울시청 뒤 중구 다동의 먹자골목에 자리한 ‘용금옥’(사진). 서울식 추탕(鰍湯·미꾸라지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석승 홍기녀 부부가 1932년 창업해 오늘도 영업 중이니, 역사가 90년 가까이 된다. 지금은 손자인 신동민씨가 3대째 맛을 지켜오고 있다. 용금옥의 서울식 추탕은 추어를 통째로 넣는 것이, 갈아 넣는 방식인 남도식 추탕과 크게 다르다. 진한 소고기 육수에 얼큰하게 고춧가루 양념을 하고 유부, 버섯 등을 함께 넣는다.

용금옥은 일제 강점기부터 문인, 예술가,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다고 한다. 1973년 서울에서 남북조절위원회 3차 회의가 열렸을 때 북한대표단의 박성철 부주석이 “용금옥은 잘 있습니까?”라고 남한 대표단에 물었다는 일화는 용금옥의 유명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잘 보여준다. 김일성의 친동생인 김영주도 해방 후 용금옥에서 항일투쟁 동료였다는 남한의 이용상을 만나 추탕에 술을 마시며 엉엉 울었다고 전해진다.

서울시가 용금옥 같은 노포들을 발굴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에만 1357만명을 기록했다. 김가영 서울시 관광정보팀장은 “역사가 오래고 스토리가 있으며, 가능하면 체험도 할 수 있는 노포들의 정보를 모아 관광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1차로 올해 안에 30~40개의 노포를 발굴할 예정이다. 대상은 크게 요식업(식당, 다방, 빵집 등), 전통공예(그릇, 장신구 등 각종 수공품), 패션(양복점, 갤러리 등), 생활 문화(동네책방, 이발소, 방앗간 등)의 4개 업종이다. 사전 심사와 현장 답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 노포들은 연말까지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된 QR지도와 영상물 등 다양한 형태의 관광 콘텐츠로 제작된다.

노포에 어떤 ‘스토리’가 담기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서울시는 여러 통로로 관련 정보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의 숨은 명소를 시민이 발굴하고 공유하는 공간인 ‘서울스토리’에 축적돼 있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서울미래유산이나 ‘서울관광 핵심이야기 99선’, ‘서울 골목길 30선’ 등 기존에 발굴된 콘텐츠도 활용 대상이다.

아울러 25개 자치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추천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르면 5월 말부터 서울스토리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울의 노포들을 추천받을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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